“언론은 검찰 애완견”…거칠어진 이재명의 속내는 불안감?
與 “필요 이상의 격한 감정 표출은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검찰의 애완견." '사법 리스크' 앞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 언론을 규정한 이 한마디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검찰과 사법부, 나아가 언론까지 비판하고 나서자 여권은 "언론 탄압" "이재명 방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지만, 언론단체는 일제히 나서 사과를 요구하며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근 자신에게 불리한 양상으로 돌아가자 거칠게 대응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뇌물·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등 3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북 송금 사건'까지 기소되면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이 중 가장 최근에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가 관련 혐의로 9년6개월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는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법원은 쌍방울이 북한에 준 800만 달러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과 경기지사의 방북비 명목이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고, 이 판결은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언론단체 "저급한 언론관과 막말에 실망"
이 대표의 입은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 이후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공개 석상에서 정부·여당과 검찰을 넘어 판결을 내린 사법부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까지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6월12일 당 최고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도대체 정치는 왜 하며 권력은 왜 갖느냐. 불필요한 생떼나 쓰고, 권력 줬더니 보복이나 하고"라며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의 고성에 주변 최고위원 등이 깜짝 놀라 회의장에 '정적'이 흐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틀 후에는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그는 6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희대의 조작"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6월17일 당 최고위 종료 직전에 추가 발언을 자청해 검찰이 자신을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기소한 데 대해 "증거고 뭐고 다 떠나서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어긋난 주장을 검찰이 하는 것"이라며 "이게 대한민국 검찰공화국의 실상"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강성 친명(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6월15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여권은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을 두고 "이재명 방탄" "사법부 무력화" "언론 탄압" 등의 메시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유죄 판결로 이 대표가 기존에 내놓던 '검찰의 조작수사' 주장이 흔들리자 이 대표가 비판 범위를 사법부와 언론으로까지 확대하며 선동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까지 기소되니까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이 감정이 격해지면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듯하다"고 꼬집었다. 추 원내대표는 친명(親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해서도 "충성도 정도껏 해야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매우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필요 이상의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도 나섰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 등 3개 단체는 6월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3개 단체는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비하 발언으로 언론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를 누구보다도 지지한다고 강조해온 민주당에서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더욱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초조해 보인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대다수 언론인이 감시견의 책무로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잘 안다"며 "시간 제약 등으로 일부 언론의 문제임을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해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이는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친명계와 이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은 한발 더 나가는 양상이다. 친명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한편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 사건 심리를 맡은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실제 6월17일 국회에서 만난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판사와 언론의 보수화가 너무 심각하다"며 "특히 '강남 8학군' 출신들이 장악한 사법부의 판결은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검찰과 언론, 사법부가 같이 왜곡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모습에 민주당 일각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다투는 전장이 법원이 아닌 국회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내세운 '민생 국회'라는 메시지와 표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아무래도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이 대표가 초조해 보인다"며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최근 언행과 관련해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한 말은 아니라고 본다. 분개해서 한 얘기"라면서도 "매우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했을 때 그 피해에 상응하는 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가짜뉴스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은 양날의 검이다. '나에게 불리한 정보면 다 가짜뉴스'라고 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언론이 정치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하기 어려워질 것이기에 치열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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