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수주 목표 5조원"…롯데머티리얼즈, '하이엔드 동박' 승부수
"우리 하이엔드 동박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더 빨리,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2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세계 1위'(High-End Elecfoil Global No.1)라는 주제로 올해 인터배터리 유럽 전시회에 처음 부스를 마련했다. 하이엔드 동박 제품 수주를 늘려, 올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하이엔드 동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의지가 가득했다.
김 대표는 "최근 배터리 트렌드는 46시리즈, 건식공정, 에너지밀도 개선 등인데, 이것들은 기존 동박으로는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박 두께가 얇아지는 동시에, 열이 발생하는 배터리 고속 제조공정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동박의 소재인 구리는 고온에서 물성이 변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대체로 이를 인지하지 못해 '일반 동박으로 공정을 개발하자' 한다"며 "이들에 '하이엔드 동박으로 하세요' 하고 빨리 마케팅해야 겠다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범용 제품은 회사별 차별성이 없어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익성이 안난다"며 "하이엔드 제품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가격을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이 하이엔드 동박을 구입하는 비용보다, 얻는 가치가 높은 쪽으로 접근하면 우리, 고객 모두 윈윈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 공정에는 이 정도의 물성을 가진 동박이 좋다'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대세가 된 상황도 하이엔드 동박의 확산에 긍정적이다. 김 대표는 "LFP의 가장 큰 약점이 에너지 밀도다 보니, LFP 배터리는 얇은 동박을 요구한다"며 "동시에 강성도 유지해야 해 하이엔드 동박이 활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에 치중해온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도 유리한 환경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배터리 3사는 클린 하이엔드를 요구한다"며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했다.
이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하이엔드 동박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겁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이엔드 동박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신규 수주의 60~70%를 하이엔드 동박으로 납품하기로 협의도 하고 있다.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대비해 생산공장도 하이엔드 동박에 초점을 맞춰 재편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든 공장의 양산시점에, 고객들이 하이엔드 동박을 요구할 것이란 가정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며 "중간에 바꾸지 않도록, 처음부터 하이엔드 용으로 설비를 만든다"고 말했다. 기존 라인을 전환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국내 익산에서는 범용 제품을 만드는 라인을, 하이엔드 제품을 만드는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동박 사업 육성에 롯데그룹 경영진도 진심이다.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김 대표를 비롯해 지금 유럽 사업장을 돌면서 현장경영 중인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 최연수 롯데알미늄 및 롯데인프라셀 대표 등 전지소재 사업을 이끄는 롯데그룹 화학군 내 CEO(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심해지다 보니, 유럽 내 경쟁이 심화한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의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계획대로 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도 이날 예고없이 인터배터리 유럽 전시회장에 깜짝 방문했다. 신 전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이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고객사 부스에 들려 시장 현황을 살폈다.
뮌헨(독일)=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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