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변화의 바람이 분다'…페라리 본고장 伊 마라넬로
페라리 신공장 준공식 예정…생산량 40% 증가 전망
(마라넬로<이탈리아>=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곳은 정말 페라리가 없으면 없는 도시나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세계 각지에서 오는 방문객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북쪽으로 약 320㎞ 떨어진 인구 1만7천여명의 소도시 마라넬로. 이곳에서 만난 한 상점 점원의 말이다.
20일 오후 1시 반께(이하 현지시간) 이 작은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빨간색 담벼락과 글로벌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브랜드의 상징인 '카발리노'(도약하는 말) 로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 중심부에는 페라리 생산 공장과 모터스포츠 레이싱팀 연구·개발(R&D)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페라리 공장 내부와 연결된 '올드 게이트'에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내구레이스 대회 '2024 르망 24시' 우승 기념 깃발이 걸려 있었다.
공장 주변에는 페라리 오픈카 대여점과 브랜드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페라리의 상징색인 빨간색 오픈카 형태의 페라리를 모는 가족, 친구 단위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페라리 타운'이다.
빨간색의 페라리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자주 보였다. 페라리 공장 근무자가 마라넬로 인구 다섯명 중 한명 꼴이라는 얘기가 실감이 났다.
페라리 공장 맞은편 굿즈 상점에서 만난 현지 점원은 "마라넬로는 페라리의 본고장"이라며 "페라리에 매우 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으로 페라리 로고가 박힌 의류와 가방을 꼽으며 "세계 각국의 손님이 계속 느는 추세"라고 웃으며 말했다.
카발리노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후드티, 작업복과 같은 의류는 물론 가방, 지갑, 신발, 목걸이, 선글라스 등 각종 패션 상품과 액세서리가 진열장에 가득 전시돼 있었다.
길 건너편 붉은색의 고급 음식점 건물 벽면에도 어김 없이 대형 카발리노가 새겨져 있다. 페라리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생전 중요한 협의를 하거나 동료와 정기적으로 점심을 먹던 곳이다. 음식점 이름도 '카발리노 레스토랑'이다.
1950년 처음 문을 열었고, 2021년 페라리의 브랜드 다각화 작업 일환으로 새롭게 전면 단장한 뒤 오픈했다.
카발리노 형상을 픽셀화해 입구와 벽지, 유리, 커튼 등 음식점 곳곳에 적용했다. 식당 초입 벽면에는 희귀한 기념사진과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마을에서는 페라리 브랜드가 고급 스포츠카를 넘어 패션, 요식 업계 등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마라넬로를 방문한다면 꼭 들른다는 필수 관광지 '페라리 박물관'에도 카발리노가 단번에 눈에 들어 왔다.
성인 키의 두배가량 되는 입체형 카발리노로, 그 앞에는 평일인데도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마라넬로 공장에서 최초 생산된 차량부터 신형 스포츠카, 레이싱용 포뮬러원(F1) 차량까지 30여종이 전시돼 있다.
신형 페라리 모델이 나오고 모터스포츠에서 입상할 때마다 이 박물관은 해당 차량을 새롭게 전시하며 업데이트한다.
박물관 바로 옆 카페는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이 소도시에서 페라리는 21일 새 공장 준공식을 연다.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는 셈이다.
지난해 페라리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1만3천여대 차량을 세계 각국에 인도했다.
페라리가 새 공장을 가동하면 전체 생산 능력은 약 2만대로 4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페라리 인기 차종의 경우 대기 기간은 2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의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의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하는 4개년(2022∼2026)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2025년에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6년까지 전체 생산 대수 대비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며, 2030년에는 그 비중을 8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페라리는 지금 본고장 마라넬로에서 카발리노를 앞세워 특유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미래지향적 탈바꿈에 한창이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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