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왔다" 이성민, 37년 차 회장님의 '핸섬한' B급 감성 도전기[인터뷰S]

유은비 기자 2024. 6.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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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섬가이즈 이성민. 제공| NEW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데뷔 37년 차에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후배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는 배우가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핸섬가이즈' 개봉을 앞둔 배우 이성민을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 37년 차, '재벌집 막내아들'로 국민 회장님에 등극한 이성민은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 '핸섬가이즈'로 파격 컴백을 알렸다. 수없이 많은 영화를 개봉한 이성민이지만, 그는 '핸섬가이즈'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다고. 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온 것 같아서 만족했다. 다만,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걱정이 돼서 새로운 긴장이 있다. 우리가 만족한다고 해서 흥행이 되는 거 아니니까 관객들 반응이 중요한 것 같다. 홍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성민은 '핸섬가이즈'에서 비호감 외모를 가진 재필 역을 맡았다. 꽁지머리부터 까맣게 탄 살까지 호감형 인상 이성민이 완성한 재필 캐릭터에 많은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 처음 대본 받았을 때의 심경을 묻자 이성민은 "나 같이 잘생긴 사람한테? 그것 때문에 좀 힘들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초반에 인상 쓰고 최대한 불쾌한 인상을 가지려고 애를 썼다. 외모도 신경 썼다. 유독 이 영화는 생김새에 대해 신경을 썼다"라며 "꽁지머리나 살이 탄 자국도 다큐멘터리 보다가 멧돼지 사냥꾼 아저씨에서 영감을 얻었다. 속살이 워낙 하얘가지고 살탄 분장을 했는데 원래 속살까지 까맣게 하려다가 속살은 하얗게 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가지는 생각이 있으니 조금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연기했던 것 같다"라며 "하얀 속살은 재필의 여린 성격이라는 반대 이미지에 대한 상징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나도 그 정도까지 그럴 줄 몰랐는데 하얗더라"라고 말했다. 뽀얀 속살이 '아기배' 같다는 농담에도 이성민은 "어차피 보여줄 거 조금 더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음식을 많이 먹거나 그러진 않았고 어차피 근육질은 못 보여줄 거니까 라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핸섬가이즈 이성민. 제공| NEW

'재벌집 막내아들', '대외비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국민 회장님'에 등극한 이성민은 '핸섬가이즈'로 코미디 변신에 도전했다. 회장님의 B급 감성 코미디 도전, 두려움은 없었냐는 물음에 이성민은 "그런 생각은 안 했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어떤 이미지의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이성민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를 생각하고 연기를 하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지를 생각한다"라며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애드리브, 여러 변주를 할 수 있다. 같은 대사 같은 컷이라도 변주할 수 있는 다양함이 있어서 이런 코미디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아직 영화는 못 봤는데 벌에 쏘인 얼굴 사진 보여주니까 미쳤다고 하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회장님 의자가 아닌 야외에서 고생한 촬영이 신체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도 "그렇게 몸이 힘들지는 않았다. 다이빙하는 신은 좀 추워서 힘들었는데 돈 받고 하는 일이니 괜찮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성민은 가끔 '현타'를 느꼈다며 "상의 탈의 했을 때 현타가 왔다. 몸이 좋지 않으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벌 나오는 신도 그렇고 가끔 현타가 온다. 이게 뭔가 싶고"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터프한 미남 재필 역의 이성민은 '섹시한 미남' 상구 역의 이희준과 콤비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극단부터 ‘로봇, 소리’(2016), ‘마약왕’(2018), ‘남산의 부장들’(2020), 그리고 이번 '핸섬가이즈'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성민은 "신뢰한다. 워낙 많은 준비를 해오는 친구기 때문에 묻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짧은 말로 이희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희준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음에도 이성민은 '핸섬가이즈'에서 또 한 번 놀랐다며 "좀 많이 놀랐다. 우직함, 성실함은 연극할 때나 무명일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핸섬가이즈 스틸. 제공| NEW

이성민은 이희준과 찰떡 호흡의 비결은 대화보다는 '본능'이라며 "극단에서 코미디 극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축구에도 포지션 있듯이 살피면서 앙상블 맞추는 것이 익숙한 편이다. 앙상블이 익숙해서 수월하게 작업했던 것 같고 본능적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성민은 MBC '푹 쉬면 다행이야'로 데뷔 37년 만의 야외 리얼리티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재밌었다는 이성민은 "예전에는 예능이 무서웠는데 많이 편해진 것 같다. 내가 쭉 연기를 하면서 살아와서 일상 속 나에 대한 표현이 부족하다. 원래 내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았는데 나이 들어서 이제 조금씩 내 모습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능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라고 했다.

7년 차에도 여전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는 이성민은 이후 냉정한 자기 평가를 한다고 전하며 후회한 작품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공개된 티빙의 '운수 오진 날'을 예로 들며 "나랑 옷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성민이라는 사람이 조금 더 소시민적이고 평범한 캐릭터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난 평범보다는 비범 쪽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서 후회를 많이 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미생' 오상식 과장은 카리스마 있고 싸움이라도 할 줄 아는데 '운수 오진 날'은 그것도 못하는 소심한 캐릭터다. 한 번 더 기회가 되면 해봐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머릿속에 구상했던 것들이 실현이 안 됐다. 반대로 '핸섬가이즈'는 내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만족하는 캐릭터"라고 자신감을 덧붙였다.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야 하고 좋은 대본을 만나야 한다. 좋은 대본 속 훌륭한 캐릭터, 동료 감독 스태프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게 배우가 빛나는 순간 같다"라며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 건 아닌데 한 번 더 이런 ('핸섬가이즈'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라며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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