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감독 선임 위해 'KFA 기술철학' 발표?…의문에 "아니다" 호언장담
(베스트 일레븐=신문로)
"다음 A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우리의 게임 모델을 볼 수 있을 거로 믿는다." 대한축구협회(KFA) 게임 모델을 발표한 이임생 이사의 말이다.
KFA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4 KFA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 행사를 열었다. 김지훈 축구인재육성팀장이 진행한 ▲기술철학 및 기술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이 ▲각 연령별 대표팀 운영시스템 발표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KFA 게임 모델 및 적용 발표를 맡았다.
이날 KFA는 향후 한국 축구의 기술철학을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FAST FEARLESS FOCUSED)'로 발표했다. '빠르다'는 물리적 속도 외 행동과 생각의 민첩성, 변화에 따른 반응 등을 포함한 뜻이다. '용맹하게'는 동료와의 연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의미하며, '주도하는'에는 사전에 수립한 역과 목적을 계획에 따라 이행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임생 이사는 이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한 KFA 게임 세부 모델을 소개하며 "한국 축구에는 연계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세계에선 A대표팀 감독이 가고자 하는 철학과 목표, 게임 모델을 통해 각국 축구협회의 특징적 모델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KFA가 내세운 게임 모델은 경기 국면에서 발생하는 오픈 플레이 상황을, 수비 조직, 공격 조직, 수비 전환, 공격 전환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누고, 수비조직은 '하이 블록, 하이프레스', 공격 조직은 '상대에 따른 효과적 빌드업', 수비 전환은 '카운터 프레싱과 푸싱온', 공격 전환은 '카운터어택 또는 볼 소유'로 방향성을 제시한다.
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앞두고 방향성을 제시한 KFA이기에, 이 철학을 살려 이어 나갈 감독을 물색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연스레 생겼다.
이임생 이사는 "이미 전력강화위원회에 새 게임 모델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출했다. 전력강화위는 이날 발표 전에도 알고 있었다"라며 감독 선임을 앞두고 새로 정립한 철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향후 A대표팀 감독이 가고자 하는 철학과 목표에 따라, U-23(23세 이하) 대표팀과 U-20 대표팀에 발맞춰 전술을 이식할 예정이다. 이임생 이사는 "A대표팀 감독의 철학을 따르지 못하는 감독은 U-23, U-20 대표팀에 오지 못할 것"이라며 "개인의 의견이 아닌 한국 축구의 향후 구조로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했다.
감독 선임을 앞둔 시점에 맞춰 KFA가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Made In Korea', '건곤감리', 'KFA 게임 모델'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기술철학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기술철학 및 기술정책 발표를 맡은 김지훈 KFA 축구인재육성팀장은 "한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기술 철학을 이 타이밍에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기술철학 성립 필요성을 느끼고 제작에 본격 돌입한 것이 지난해 1월이었으며,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기술철학을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발표했을 때 좋은 반응을 보였던 건 오히려 유럽 쪽이었다는 이유였다.
김지훈 팀장은 "하마평에 올랐던 A 감독과 B 감독이 모두 이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 과정 중에 철학을 설명하고 게임 모델을 검증하는 작업이 깊게 진행됐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KFA가 접촉했던 감독으로는 제시 마치 캐나다 국가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있다.
18개월간 오랜 시간을 공들여 기술철학과 게임 모델은 개발한 KFA, 이를 실제 현장에서 구현할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 바로 남자 A대표팀 감독 선임이다. '2033년 세계 톱10 진입', '월드컵 4강' 등의 목표를 잡은 만큼 첫 발짝을 잘 떼야 한다.
이제 시선은 다시 전력강화위원회로 모인다. 애써 세운 기술철학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틀을 잘 잡고 유소년 단계까지 철학의 연속성을 갖출 감독의 선임이 필요하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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