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하지만 가끔 위험하고 우연히 전복적인 ‘인터넷 밈’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리드미컬한 목소리에 맞춰 아이돌과 연예인의 안무가 이어진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꽁냥이’ 챌린지다. 기원은 2021년 12월 MBN의 뉴스 리포트로, 화면 속에서 실제 고양이가 한강 위를 걸어간다. 겨울 한파를 묘사하는 기자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보도를 한 기자도 이렇게까지 흐름을 탈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한 작곡가가 음성을 재가공해 곡을 만들자, 누군가 율동을 보탰다. 인증 영상이 흐름을 타며 챌린지가 확산되었다. 그렇게 꽁냥이는 인터넷 밈이 되었다. 곡을 만든 원작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미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김경수씨(29)는 영화평론가이자 인터넷 밈 연구자다. 2014년 말, 대학 입학 즈음 페이스북에 인문학 유머 페이지 ‘인문학적 개소리’를 개설해 운영하기도 했다. 화제가 되면서 구독자가 2만여 명까지 늘었다. 그가 최근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을 출간했다. 일종의 ‘대한민국 인터넷 밈 비평서’다. 인터넷 밈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는 ‘개죽이’ ‘싱하형’ ‘아햏햏’을 비롯해 해피캣, 푸바오, 숏폼 챌린지까지 온갖 밈을 다룬다. 인터넷 밈의 정의와 기원을 비롯해 한때 유행했던 밈의 진화를 추적하며 계보를 그렸다.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데 인터넷 밈이 끼친 영향까지 두루 짚어낸다.
책도, 책이 출간되는 과정도 하나의 ‘인터넷 밈’ 그 자체였다. 단행본은 그의 석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그가 쓴 동명의 논문 앞장과 마지막 페이지가 찍힌 이미지가 트위터(현 엑스)에 올라왔다. 25만 번 이상 조회되고 2800번 리트윗되었다. 논문을 전달받은 또 다른 연구자들의 인증샷이 올라올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김씨는 목차 전체를 밈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소설의 첫 문장 패러디를 비롯해 영화 대사 등 어디선가 들어본 표현의 총집합이다. 그중 몇 개나 아는지 따지다 보니 목차 자체가 ‘인터넷 중독자 테스트’가 되었다. 저자보다 젊은 편집자는 인터넷 밈이 체화된 세대라 지금의 밈이 쓰이는 감각을 생생하게 살려주었다. 소통 과정도 ‘밈 대잔치’였다. ‘저자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지의 얼굴에 “까짓 거 한번 해보죠 뭐”라는 대사를 합성한 짤(사진)을 보내면, 나는 만화 〈나루토〉 속에서 “믿고 있었다구!”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짤을 보냈다’라고 편집자는 회상했다. 본문 속에도 난데없이 밈이 등장해 의외의 웃음을 준다. 5월29일 〈시사IN〉 편집국에서 김경수 평론가를 만났다.

동명의 논문이 나올 당시 왜 반응이 뜨거웠을까?
나도 의아했는데 약간 ‘이 사람이 진짜 밈에 미쳐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 아닐까. 잘 다루지 않는 주제라 인터넷 밈을 분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반응이 있긴 했다. 논문의 결론에 ‘가영이 퇴사 짤’ 이미지를 삽입했다. 밈을 주제로 한 만큼 밈으로 끝내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인쇄 직전 마지막에 넣고 교수님께 말씀드린 다음 통과가 되었다. 심사한 교수가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그걸 누가 트위터에 올렸다. 보통 논문에는 그렇게 쓰지 않으니까 ‘얘는 진짜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논문을 주었더니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했다. 논문을 소유한 자체가 힙함을 인증하는, 인증샷 대상이 되었다.
왜 이 주제에 천착했나.
실질적 계기와 자전적 계기가 있는데 일단 어릴 때부터 인터넷 문화에 익숙했다.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편했고 온라인 하위문화에도 익숙해졌다. 당시에는 그곳의 문화가 좀 폭력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위험성을 자각했다. 그냥 웃고 본 ‘짤’이 사실은 악플이었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 있었다. 또 인터넷 밈을 두 가지 차원으로 보는데 디시인사이드나 일베, 웃대, 오유같이 인터넷 커뮤니티가 중심이던 때의 밈이 있다. 이때의 문화가 좀 폐쇄적이고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면 SNS 시대로 와서는 모든 것들이 과잉 연결되고 있다. 전송량이 훨씬 많아졌고 그러면서 인터넷 밈의 성질도 달라졌다. 나는 두 가지를 다 경험해본 사람이다. 이전까지는 밈을 인터넷 유머의 하나로만 보았는데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 있어서 연구를 하게 됐다.

자전적인 계기가 있었나?
‘인터넷 밈’을 실질적으로 쓰게 된 건 2014~2015년 무렵이다.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이 생겨난 후로 친구들과 밈으로 소통하며 놀았다. 밈을 쓰고 난 뒤 오히려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나 유머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혐오를 재생산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표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일상적 측면에 끌렸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 인문학 책을 읽고 ‘인문학적 개소리’ 페이지를 운영하며 인터넷 밈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밈을 보며 과연 ‘사진일까 그림일까 영상일까 아님 다른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미술·영화·미디어·현대예술 이론까지 공부하게 되었다. 그즈음 인터넷 밈이 무엇인지 강연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준비하는 동안 이 주제가 굉장히 끌리는데, 뭐라 정의하기는 어렵고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밈을 정의하는 데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합성 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대안적 놀이’라는 결론인데.
정의를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인터넷 밈은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 혼종이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전반을 밈으로 칭하면 〈개그콘서트〉 유행어도 밈이 되어야 하는데 애매하다. 초등학생 때 인터넷 밈을 처음 접했는데 출처가 디시인사이드라는 걸 인지하고 뒤늦게 탐방을 시작했다. 그때 발견한 매력적인 개념 중 하나가 합성 소스(사진이나 영상으로 된 밈 이미지의 기본 단위)였다. 이미지 하나를 두고 노는 문화가 되게 신선했다. 원본이 있고 합성 소스가 있고 그걸 이용한 놀이가 있다. 우리 시대의 콘텐츠가 그렇게 세 단계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 싶다. 원본이 한 차례 해체된 다음에 그걸 다시 재생하는 게 인터넷 밈이라고 설정하면 더 세밀하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연구하다 보니 합성 소스의 탄생이 우리 시대의 모든 문제와 얽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악플의 탄생, CG를 통해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음모론이 형성되는 과정, 그게 인터넷 밈으로 확대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왜 우리는 인터넷 밈을 구어처럼 쓰게 되었을까?
인터넷이 너무 발달되어 있어서 이미지를 전송하는 속도가 말 전송속도보다 빨라졌다. 과거에는 50MB 파일을 다운받는 데 몇십 분 걸리기도 했다. 인터넷 밈은 일종의 표정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를 표현한다. ‘원영적 사고(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 인터넷 밈이자 유행어)’라는 말도 사실 있던 개념이기는 한데 장원영의 표정이 곁들여지면서 좀 더 디테일해지고 그걸 표현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덜게 됐다. 그렇게 인터넷 밈을 통해 우리 안에 숨은 언어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게 구어처럼 쓰인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밈의 시작을 2001년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의 ‘낚시글(디지털카메라를 판매하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이지만 클릭하면 과자 사진이 나온다)’로 보는데.
사실 인터넷 밈의 기원으로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누구는 1800년대에 영국의 풍자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인터넷이 없던 시기니까 인터넷 밈의 기원으로 볼 수는 없다. 인터넷 안에서 언제 탄생했는지 보려고 했는데 찾아보니 서버가 종료되거나 사라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뒤져도 그 시작이라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찾을 수 없었다. 디시갤러리가 시작이라는 건 아닌데 그렇게 합의된 듯한 분위기였다.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들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 밈의 양식을 가졌는데 조회수도 높고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밈의 기원을 찾아왔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게시물이었다.
계보를 정리했다고 해서 시기로 정리해놓았을 줄 알았는데 파일 형식이다?
1800년대 나온 초창기 영화와 사진이 인터넷 밈과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둘을 겹쳐보려는 시도였다. 일단 만화나 그림에서 파생한 합성 소스가 있다. 이 밈은 이말년 등의 만화에서 보듯 저자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저자의 영향권 아래에서 변주되는 밈이다. 개죽이로 대표되는 ‘사진 원본 짤방’은 CG의 탄생과 맞물려 있다. 대나무에 매달려 있던 개가 웃고 있는 개로 변주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개죽이라는 가짜 개가 탄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실과 거짓이 불분명해지는 시대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뤘다. ‘아햏햏’처럼 이미지에 대사가 더해진 ‘이미지-매크로 짤방’은 가장 일반적 방식인데 사진에다 자막을 덧붙이기 때문에 사용자에 따라 사진이 다른 맥락으로 바뀔 수 있다. ‘영상을 원본으로 하는 짤방’도 있는데 쓰면서 가장 흥미로웠다.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싱하형(싱하라는 디시인사이드 유저가 영화 속 이소룡이 울부짖는 장면을 캡처해 본인의 캐치프레이즈로 쓰면서 생긴 밈)’을 처음 봤을 때 이소룡이 원본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영상은 1초에 그림 24개로 이루어지는데, 그걸 하나하나 분해하면 그냥 우스꽝스러운 표정 한 장이 남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이때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플레이 버튼의 정지와 재생을 통해 대상을 왜곡할 수 있고 인터넷 밈도 얼마든지 상대를 모욕하고 훼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가수 문희준씨를 조롱할 때 쓰인 ‘뷁’ 밈도 그의 과장된 표정을 포착했다. 그렇게 합성 소스들이 지금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 맥락을 잘라낸 짧은 콘텐츠, 가령 3초짜리 스낵 콘텐츠 같은 데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인터넷 밈이 우리의 생각을 파편적이고 단편적으로 이끌고, 진실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든 것 같아 이 파트를 쓰는 동안 마음이 착잡했다.

정치적 밈 등 우려하는 점들도 있는 것 같다.
정치적 밈은 월가 시위 당시처럼 대중을 모으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문제도 양산했다. 상대를 농담으로 희화화할 때 그 이유를 대느라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 음모론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책이 출간된다는 말에 가장 많이 들린 비판 중 하나가 ‘MC무현(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밈)’이 없다는 데 있었다. (일베에서 많이 쓰이는)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는 밈이 없으면 책의 가치가 없다는 건데, 사실 나는 일베가 지금 시대에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SNS 시대라 일베의 영향력이 줄었고 일베라는 기호 자체가 폐기되었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밈의 기원이라 지목하기에도 이미 많은 출처가 있어서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 밈이 광고나 정부 기관 등에서 쓰이는 순간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우스꽝스러운 예시이긴 한데 허니버터칩이 유행할 때 반응이 열광적이었는데, 갑자기 온갖 제품에 ‘허니버터’를 붙이면서 허니버터칩의 판매가 떨어졌다. 인터넷 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밈은 ‘너도 여기 와서 놀아’라는 초대인데 광고는 돈벌이에 목적이 있다. 놀이 문화라는 게 애매하긴 해도 나름의 규칙이나 룰을 지닌다. 수익에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다. 합성 소스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를 만나봤는데 다들 본업이 있고 콘텐츠는 그냥 만든다고 했다. 재미로 하는데 그걸 만드는 데만 수십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냥 한다’는 말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 아마추어라는 데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초, 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청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폐인, 잉여, 루저’ 등의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지금은 다를 것 같은데.
당시 청년들의 문법은 이랬다. ‘기존의 프로다운 것을 파괴하고 내 목소리를 드러내자.’ 이게 반항의 효과를 낳았는데 그게 지금도 남아 있긴 하지만 약자들을 조롱하는 효과만 남았다고 보는 해외 연구자들도 있다. 윗사람을 풍자해야 하는데 아랫사람을 풍자하는 식이다. 그게 나쁜 지점이라고 한다면 긍정적 의미의 가능성도 보고 싶었다. 가령 ‘퇴사 짤(퇴사를 암시하거나 언급하는 사진)’을 보면 농담 형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직장 문화가 부조리하다는 걸 인식하게 만든다. 비판적 사유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인터넷 밈은, 유익하지만 가끔씩 위험하고 우연히 전복적이다. 그 전복의 가능성을 믿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우리가 인터넷 밈의 계보와 스타일을 이해하는 건 왜 의미가 있나.
나는 인터넷과 영화를 동시에 보는 사람이다. 예술영화를 많이 보는데 롱테이크가 많고 풍경만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도파민이 덜 나온다. 그런데 그때 보게 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터넷 밈은 끝없이 도파민을 자극한다. 탕후루와 비슷하다. 예술영화는 제로콜라처럼, 먹으면서 살을 빼기도 하지만 탕후루는 아니다. 제로콜라와 탕후루를 동시에 먹는 게 현대적 생활양식 아닌가. 도파민과 관련된 책이 유행을 하기도 하니 동시대적 감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