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희룡, 전당대회 출마 선언 전날 尹 대통령 만났다
수도권 5선 중진 나경원의 승부수…“친윤·비윤 이런 것과 과감히 결별해야”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누가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의 독주에 맞설까?"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국민의힘 전당대회(7월23일)를 두고 당 내부에선 얼마 전까지 누가 섣불리 '한동훈 대세론'을 거스를 수 있을까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일이 가까워오자 중량급 인사들이 고심 끝에 경쟁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세론의 주인공인 한동훈 전 위원장과 당내 여성 최다선이자 수도권 5선인 나경원 의원, 지난 총선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구도다.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드러나는 확고한 한 전 위원장 대세론을 중심으로 판이 어떻게 짜일지 주목된다. 그 가운데 핵심 변수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거론된다. 일부 친윤(親윤석열)계 핵심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맞설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원희룡, '당정 한뜻' '팀플레이' 강조
다른 한편에선 직접적인 윤심의 그림자가 포착돼 주목됐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6월20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전격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그 하루 전날(6월19일) 용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만남은 원 전 장관이 최근 대통령 특사로 엘살바도르에 다녀온 것에 대해 보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원 전 장관은 5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특사단을 이끌고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취임 축하인사를 전하고, 윤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두 사람이 특사 건 보고 외에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으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그동안 잠잠했던 원 전 장관의 출마 결심이 전해진 건 윤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 오전이었다. 한 언론을 통해 원 전 장관의 출마 결심 사실이 전해졌고 이어 원 전 장관은 "저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에 대해 숙고한 결과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직접 출마를 공식화했다.
만약 원 전 장관의 출마에 윤심이 작용했다면 기존 구도는 요동치게 된다. 당초 이번 전당대회 경쟁 구도는 한동훈 전 위원장과 나경원 의원의 2파전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구도가 점쳐진 건 친윤계의 움직임이 전해지면서였다. 정치권에선 일부 친윤 핵심 인사가 나 의원을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친윤계 입장에선 총선 이후 대통령과 껄끄러운 갈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대세론으로 판이 흘러가던 상황에서 마땅히 내세울 친윤 주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높은 인지도와 당원들로부터 일정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나 의원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 나 의원 입장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비윤(非윤석열) 기조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기에 친윤의 지지를 받게 되면 2파전 구도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친윤과 나 의원의 '투샷'엔 다소 어색함이 있었다. 지난해 초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윤심 사태'의 잔상 때문이다. 나 의원은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었고, 스스로도 실제 출마 의지를 품고 있었으나 윤심으로 해석되는 여권 내 여러 비토에 부닥쳐 결국 불출마했다. 당시 친윤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들이 단체로 나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고, 나 의원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맡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하는 일도 있었다.
원희룡·나경원 모두 '결선투표 가면 이길 수 있다' 판단
원희룡 전 장관의 출마설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데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다. 윤심이 나 의원보다 원 전 장관을 지원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한 이후 대통령 인수위 기획위원장, 윤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을 거치며 상호 신뢰 관계를 두텁게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낙선하긴 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대표적인 보수 험지인 인천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맞서 정치적 중량감이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향후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당정 소통'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원 전 장관은 '팀플레이' '여당 정체성' 그리고 '공멸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장관은 최근 핵심 참모그룹 등에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함께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당정 소통과 팀플레이는 필수"라며 "무엇보다 공멸은 막아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여당의 정체성'도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장관은 이른바 '윤-한 갈등'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원 전 장관의 '당정 한뜻' 강조는 지난 총선에서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차별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나 의원도 6월20일 기준으로 출마를 최종 결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취재에 따르면 나 의원은 이미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장관의 출마에도 자신을 향한 당원들의 지지세 등을 근거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나 의원은 최근 "제가 특정 계파에 줄 서거나 편승하는 정치를 했다면, 5선 수도권 정치인의 자리에 결코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과 반한,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고 했다. 본인을 향한 친윤 지원설에 대해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동훈 대세론 속에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측 모두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면 결선 투표에서 반한(反한동훈) 표심을 결집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의원은 6월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비교 평가해 달라"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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