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출마에 '한동훈-나경원' 양강구도 출렁…'어대한'에 변수?
당초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당권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당초 당 안팎에서 예상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의 '2강' 구도가 흔들리면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단 평가가 나온다.
원 전 장관은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이었다.
그는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 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이 당정의 '한마음 한 뜻'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는 한 전 장관을 겨냥, 한 전 장관의 대항마로서 친윤계의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패배한 이후 잠행을 이어왔다. 당초 이번 전당대회 불출마에 무게를 뒀으나 막판 입장을 선회한 것은 절박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원 전 장관측 관계자는 "지금 집권여당과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하면 지방선거고 대선이고 없고 다 망한다는 절박감이 컸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싸움으로 흘러가면 다 망하는 게 아닌가. 여당이 정책에서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건 큰 문제"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3선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 연임, 장관직까지 역임해 경험 면에서는 당내에서 누구보다 앞선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여당 지지층 당권주자 선호도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나 의원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비교적 당내 계파의 영향에서 자유롭단 것도 강점이다.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을 지내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친윤·비윤계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과 두루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 전 위원장과도 가깝다. 지난달엔 양측이 한 전 위원장 자택 인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러나 실제 정치권에선 원 전 장관의 출마가 용산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측 관계자는 "용산의 관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 전 장관과 대통령의 친밀도를 생각해 봤을 때 대통령과 상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이 전대에 뛰어들면서 나 의원뿐 아니라 한 전 위원장 측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나 의원은 당초 원 전 장관의 불출마를 전제로 친윤 표심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세웠으나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원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출마 결심은 친윤계 분화에서 비롯됐단 얘기도 나온다. 친윤계가 분화하면서 각각 자신을 대표할 후보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을 내세웠단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대세론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동훈캠프 현역 의원들 명단이 30명 가까이 돌았는데 오늘 원 전 장관 출마로 한 전 위원장에게 붙으려던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멈춰지고,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당원들에 대해 일정수준 장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캠프는 현역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정가에선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여론조사 추이를 보고 선거 전 단일화를 하거나, 모두 선거에 출마해 한 전 위원장의 표심을 분산시킨 뒤 단일화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선거 전까진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한 전 위원장을 협공할 가능성이 높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등이 각각 약진하면서 판세를 다이나믹하게 몰고 가면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가까이 오르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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