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한파, VC의 선택은]① 황만순 한투파 대표 “내년 상폐 잇따를 것... 절실히 준비하면 3~5년 후 다시 뜬다”

배동주 기자 2024. 6.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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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순 한투파 대표 인터뷰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투자 감소
기준금리 인상·불확실성 영향
”바이오벤처 다시 주목받을 것”

고금리 장기화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불확실성까지 품어야 하는 바이오벤처는 특히 더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벤처투자 시장에서의 바이오벤처 투자 규모가 4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바이오는 이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바이오벤처 투자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한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들은 바이오 혹한기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바이오벤처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이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대부’로 불리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2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코스닥시장 상장이나 해보자는 마인드로는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고 사업도 잘될 수가 없는 시절이 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내년엔 상장 폐지되는 바이오 기업이 우수수 생겨날 수 있다”면서 “데이터 조작이나 사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게 연구개발(R&D)과 임상 시험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투자는 작년 전체 벤처투자 규모 대비 16% 수준에 머물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시기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이 30%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졌다.

다만 황 대표는 바이오 영역이 다시 살아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인류가 인체에 대해 몇 퍼센트 이해했느냐?’라고 가정했을 때 그 수준이 5% 정도에 그친다는 판단에서다. 고령화와 기후위기 심화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만큼은 여전히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약사 출신인 황 대표가 벤처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유한양행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입사, 국내 첫 약사 출신 심사역이 됐다.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해 리가켐바이오, 바이로메드 등을 발굴했다.

황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바이오벤처가 외면받은 지난해에도 총 28곳 바이오벤처에 1136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30곳 대비 2곳 줄었지만, 투자 규모는 59% 증가했다. 내년 바이오 전용 투자 펀드 결성도 검토 중이다.

그는 “코로나19 시기까지는 아니겠지만, 3~5년 후면 바이오벤처를 향한 주목도는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창업하면 무조건 투자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네트워킹하고 더 많이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면서 목숨걸고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투자 감소의 이유는 무엇인가.

“바이오 부문 벤처투자 감소는 금리 및 유동성과 큰 상관 관계가 있다. 코로나19 시기 진단업계를 필두로 한 실적 개선과 그에 따른 증시에서의 주가 상승과 맞물려 가장 핫한 섹터가 됐지만, 지금은 실적도 주가도 모두 부진한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금리 인상으로 벤처투자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바이오가 특히 외면받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다만 인공지능을 결합한 바이오벤처, 피부미용 기업 등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개별 업체당 투자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바이오벤처 외면으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졌을 것 같다.

“국내에서의 바이오벤처 투자 투자금 회수는 주로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상장 문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트랙레코드가 있는 연구개발, 특허의 수준이 좋다면 상장은 여전히 유효한 자금 회수 수단이 되고 있다.

기존에 투자했던 바이오벤처 티움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은 코스닥시장 상장사로 주식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진행했고, 라메디텍이나 엑셀세라퓨틱스 등은 코스닥시장으로의 상장을 앞두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기대된다.”

─바이오벤처 투자 기준의 변화는 없나.

“수십년째 투자 기준의 변화는 없다. 연구개발 실적이 있고, 해당 연구를 한 전문가가 좋은 특허를 가지고 외부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면 언제라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주요 투자 판단 요소로 살피고 있다.”

─기상장 바이오기업의 부실 문제가 투자 위축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임상 결과 등을 속인 사례도 있긴 있었다. 다만 그보다 문제는 제도다. 지금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 완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때다. 바이오벤처는 연구성과가 나기 전까진 손실이 불가피하다. 법차손 퇴출 기준으로 연구개발이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차손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말인지.

“현행 법차손은 자기자본 50%를 초과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3년간 2회 이상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임상 2상, 3상까지도 진행해야 하는 바이오벤처 기술특례상장기업들에는 기간 내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오벤처 투자 위기는 언제까지로 보고 있나.

“바이오 시장 성장세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것으로 여전히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장이 어렵지만, 이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바이오 상장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상장 기업이 늘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3~5년 후 시장의 관심이 다시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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