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문화 활동, 시민에게 길을 묻다 [책&생각]

한겨레 2024. 6.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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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에 다녀왔다.

전주그림책전에서 시민활동가들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조직위원회가 꾸려지면, 시민활동가의 대표는 전주시와 공동조직위원장이 되어, 그림책전의 콘셉트를 좌우하는 메인 전시와 중심 작가 선정에 관여한다.

공공 예산을 들여 개최하는 행사가 시민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장이 되어 준다면, 전주그림책전은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민활동가들은 이후 전북 지역 그림책 문화 활동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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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들의 주체적 활약이 눈에 띄는, 제3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도서전을 즐기고 있다. 조은숙 제공

제3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에 다녀왔다. 전주에서 처음 그림책도서전을 연다고 했을 때, 그림책 관계자들은 ‘전국의 많은 그림책 행사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해 했다. 2년이 흐른 지금, 현장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시민활동가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활약하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시민활동가를 대표하는 전선영 공동조직위원장은 “시 쪽은 정해진 틀에 맞게 시행하고 무사히 일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주체적 제안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그 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 예로 독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침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시민활동가가 있어 독일어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또 한번은 중심 전시인 ‘행복한 붕붕어’를 도슨트할 때, 그림책에 실린 노래를 수어로 들려주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와 수어 노래가 새롭게 포함되었다. 예정된 계획은 있되, 이를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운영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중도에도 계속 제안되고 실행된다. 전주그림책전에서 시민활동가들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전주시의 도서전 관련 주무관들이 시민활동가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허미숙 전주시 도서문화팀장은 도서전 준비 때문에 시민활동가와 밤새워 통화를 한다며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지자체 행사 때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주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열고, 이를 바탕으로 그림책전 준비를 위한 워크숍이 운영되었다. 이렇게 배출된 30여명의 시민활동가들이 그림책전에서 진행 요원과 전시 도슨트로 활약했다. 전년도에 배출된 활동가들도 활동에 참여했는데 이것 역시 고무적이다.

조직위원회가 꾸려지면, 시민활동가의 대표는 전주시와 공동조직위원장이 되어, 그림책전의 콘셉트를 좌우하는 메인 전시와 중심 작가 선정에 관여한다. 내용 기획에서는 소외된 채 현장지원만을 주로 해왔던 여타의 사례와는 다르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에는 활동가양성교육을 시 쪽에 먼저 제안하고, 워크숍에서 그림책전의 활동 내용을 마련하고 진지하게 준비에 힘썼던 시민활동가들이 있었다. 공공 예산을 들여 개최하는 행사가 시민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장이 되어 준다면, 전주그림책전은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민활동가들은 이후 전북 지역 그림책 문화 활동의 미래가 될 것이다.

시민활동가들의 주체적 활약이 눈에 띄는, 제3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14년 군포시의 ‘말하는그림책’이라는 그림책 콘서트의 기획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관과 전문가, 시민활동가 세 그룹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공동 주체가 되어 성공적인 협업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시민 중심의 행정 사례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말하는그림책’은 안타깝게도 8년 만에 중단되었다. 시의 예산 중단이 직접적 계기가 되었지만, 시민활동이 가진 한계를 되새기는 계기도 되었다. 관으로부터 독립된, 스스로의 활동 동력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는 시민활동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전주그림책전에서 시민활동가들이 보인 주체성이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은 6월23일까지 열린다.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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