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 ‘지구시민’을 위한 동네책방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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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우연히 읽은 공정무역에 관한 책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방송(KBS)제주에서 제주의 색을 담은 책을 소개하는 일, 책방이 위치한 대정읍 지역에서 학생들과 책을 통해 지구시민을 주제로 토론하는 일, 정성 들여 서가를 가꾸고 책모임을 운영하는 일 모두가 어나더페이지 공간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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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우연히 읽은 공정무역에 관한 책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손에는 커피를, 한 손에는 두툼한 전공서적을 들고 연애를 하고 있어야 할 대학생 새내기가 지구 반대편 아동노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유별났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내가 쓰는 물건 이면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것들은 노동, 환경, 젠더의 관점에서 차별, 배제, 계급에 대한 복잡다단한 문제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대학 졸업 이후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와 일반회사에서 일하다가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책방 ‘어나더페이지’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교육여행 기획자였던 친언니와 함께 ‘지구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한 권의 책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흐름을 감지하고, 지역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책방의 서가는 환경과 로컬, 다양성으로 범주를 나누고 책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매개로 하는 책방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입문수업’을 시작으로, 글쓰기 프로그램 ‘한문장 한마음’, 제주신화기행 ‘꼭꼭 숨어라 제주신(神)을 찾아라’, 지역의 환경단체와 함께한 북토크 ‘제주바다, 우리가 사는 곳’, 100세 넘은 해녀삼춘과 그림책을 만들었던 ‘어르신 그림책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외에도 난민, 젠더, 환경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해 작은 책방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곤 하는데요, 올해엔 여성농민회를 도와 어린이날 행사를 같이 기획하기도 하고, 작년엔 한국을 대표하는 김연수, 은희경, 장강명, 김인숙 작가님들이 제주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곳까지 오셔서 동네가 떠들썩하기도 했답니다.
책방은 때때로 책 유목민이 되기도 합니다. 공간을 이동하면서 책을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방송(KBS)제주에서 제주의 색을 담은 책을 소개하는 일, 책방이 위치한 대정읍 지역에서 학생들과 책을 통해 지구시민을 주제로 토론하는 일, 정성 들여 서가를 가꾸고 책모임을 운영하는 일 모두가 어나더페이지 공간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지구가 서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듯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든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워가며 서로를 존중하는 일. 문학 작품 안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가지는 깊이를 이해하는 일은 어나더페이지가 책과 공간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동네에서 책을 사고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 관계를 맺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책이라는 즐거운 마음의 양식을 찾길 바랍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오늘의 페이지를 열 수 있기를 바라며, 모슬포 골목 어귀에서 오늘도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제주/글·사진 신의주 어나더페이지 책방지기
어나더페이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하모로220번길 19(하모리)
instagram.com/anotherpag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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