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거부한 카프카를 소유하려는 21세기 ‘마지막 소송’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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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타계 83년 만인 200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여성 에바 호페(73)는 느닷없는 소송을 당한다.
그러자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브로트가 에스테르에게 유산을 남긴 것은 '증여'가 아니라 '신탁'이어서 에스테르가 딸에게 카프카 원고를 물려줄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2016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에바가 카프카의 원고를 포함한 브로트 유산 전부를 보상금 없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양도하라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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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
베냐민 발린트 지음, 김정아 옮김 l 문학과지성사 l 2만4000원
프란츠 카프카 타계 83년 만인 200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여성 에바 호페(73)는 느닷없는 소송을 당한다. 카프카의 원고를 반환하라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제기한 것이었다.
체코 프라하에 살았던 유대인 카프카는 41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폐결핵으로 1924년 세상을 떠났다. 숨지기 전, 그는 유대인 친구인 작가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 등을 남김없이 불태워달라는 쪽지를 남겼다. 그러나 일찌감치 카프카의 천재성을 간파한 브로트는 이 부탁을 거역하고 ‘유고 관리자’가 된다.
브로트는 1939년 나치의 폭압을 피해 텔아비브에 정착한다. 그는 카프카의 방대한 원고 편집 작업을 위해 에바의 엄마인 에스테르 호페를 비서로 고용한다. 자녀 없이 1968년에 사망한 브로트는 카프카의 원고를 포함한 전 재산을 에스테르에게 남긴다. 2007년 에스테르가 사망하면서 에바는 상속절차를 밟았다. 그러자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브로트가 에스테르에게 유산을 남긴 것은 ‘증여’가 아니라 ‘신탁’이어서 에스테르가 딸에게 카프카 원고를 물려줄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여기에 독일의 마르바흐 문학 아카이브도 카프카의 유고를 손에 넣기 위해 이 소송전에 뛰어든다. 2016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에바가 카프카의 원고를 포함한 브로트 유산 전부를 보상금 없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에 양도하라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책에서 3심에 이르는 9년간의 소송전과 카프카·브로트의 활동을 번갈아 보여준 지은이는 “일정한 거처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데 몰두한 카프카에게 소유적 태도를 취했다는 것은 이 마지막 소송의 수많은 아이러니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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