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복판 ‘안네의 집’을 둘러싼 이야기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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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안네의 일기'는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다.
안네 프랑크와 가족들이 1942년부터 2년 넘게 은신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현재 안네의 집은 박물관이자 교육 센터로 활용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 속에 '평화'를 심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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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년 지어져 1940년 안네와 만나
이제는 기억이 가진 힘 통해
사람들 마음에 ‘평화’ 심는 장소
운하 옆 오래된 집
안네 프랑크 하우스
토머스 하딩 글, 브리타 테큰트럽 그림, 남은주 옮김 l 북뱅크 l 1만9000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안네의 일기’는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다. 안네 프랑크와 가족들이 1942년부터 2년 넘게 은신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 1929년부터 1945년까지 짧은 생을 살았던 안네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을 자신의 이야기와 살았던 공간 속으로 이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다. 난 죽어서도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던 안네의 꿈은 그렇게 실현됐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은 지어진 지 400년이 넘은 안네 프랑크의 집을 둘러싼 이야기다. 161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프린센크라흐트 운하가 건설되기 전 사람이 살지 않는 습지였던 모습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안네의 집은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635년 본채 뒤에 별채를 숨긴, 앞은 좁고 뒤로는 긴 모양으로 지어진다. 400여년의 역사 동안 이 집은 안네만의 피난처는 아니었다. 안네가 이 집에 숨어 살기 289년 전인 1653년 바퓌예 비쇼프라는 여자가 종교의 박해를 피해 12명의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왔다. ‘평화’라는 단어가 ‘운하 옆 오래된 집’의 열쇳말인 이유다.
이후로도 안네의 집은 때로는 부유한 상인의 집이 되었다가 마구간으로 쓰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버려졌다가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이 되기도 한다. 1884년 굴뚝 화재로 소실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소방대가 출동해 집을 지켰다. 이 집은 지어진 지 305년이 지난 1940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자신의 회사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안네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2년 뒤 안네의 가족은 네덜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을 피해 숨겨진 별채에서 은신을 시작한다.
1944년 8월4일 오전 10시 독일군에 체포될 때까지 안네는 이곳에 숨어 살면서 일기를 썼다. 안네는 일기 속에 사춘기 소녀의 고민과 가족들과의 관계, 답답하지만 긴장되는 은신 생활을 유려한 필력으로 담아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현재 안네의 집은 박물관이자 교육 센터로 활용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 속에 ‘평화’를 심어놓는다.
안네는 그의 작품 ‘안네의 일기’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여러 방향으로 변주되며 여전히 살아 숨쉰다. 안네와 관련해 이토록 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기억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여전히 수많은 ‘안네’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도 우리가 다시금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그림 북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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