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임 교총회장 “교사들 마구잡이 아동 학대 피소...보호·면책 입법 추진”
“교사들이 ‘교실 문 열기가 무섭다’며 교단을 떠난다. 선생이라는 사명감에 희롱당하고 맞고 욕을 먹어도 감내한다. 그랬더니 누구한테도 존중받지 못하는 직업이 됐다.”
20일 당선된 박정현(44) 한국교총 신임 회장은 교총 77년 역사상 최연소 회장이다. 인천 부원여중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는 박 회장은 이날 오전 당선 직후 본지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전북 전주에 있는 전북도교육청으로 향했다. 최근 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이 무단 조퇴를 막는 교감에게 욕설하며 수차례 뺨을 때린 사건이 일어났다. 박 회장은 “학생의 권리를 지키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교육권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 아니냐”며 “지역 거점별로 정서·행동장애 학생을 모아 치료하는 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런 기관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교사 폭행까지 할 정도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은 정서·행동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심리치료를 권해도 학부모가 거절하면 끝이다. 문제가 심각한 학생은 학교에서 분리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데, 지금껏 학교와 교사가 다 감당했다.”
-일반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등도 매년 늘고 있다.
“‘선생이니까 참아야지’라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를 키웠다. 언론에 비치는 교권 침해 사례는 정말 일부다. 교육 현장에서는 일상화된 일이다. 최근 교총 설문에서 ‘다시 태어나면 교사 안 한다’는 이가 10명 중 8명으로 역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교육할 권리도 권리인데 잊고 살았다. 학부모의 불법·몰래 녹음 근절할 대책을 세우고, 마구잡이식 아동 학대 피소로부터 교사를 보호·면책하는 입법도 시도하겠다.”
-교권 추락 다른 원인은 없나.
“‘스마트폰’도 문제를 가속했다고 본다. 스마트폰이 교실의 의미를 바꿨다. 짧고 자극적인 정보가 넘치는 스마트폰에 파묻혀 그 안에서만 소통하고 놀려고 한다. 교실, 교사, 학우는 그냥 배경일 뿐이다. 현실에서 인간적 행동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을 불러왔다는 교사도 많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추락 상관관계가 분명히 있다고는 본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함께 보호받아야 할 가치인데, 한쪽에만 쏠려 부작용이 생겼다. 정치 문제로 번져 학생 인권 대 교권 대결 구조가 된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 상황을 모르고 정치적 이유로 학생인권법까지 만들려는 시도는 굉장히 우려된다.”
-학폭 담당 부장을 하고 책도 쓰는 등 학폭에 관심이 많다.
“학폭 문제가 터지면 학교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다. 어떻게 해야 섬세하게 이 문제를 다룰까 고민하다 담당 부장도 하고 책까지 집필하게 됐다. 정부가 최근 학폭전담조사관(SPO)을 도입했다. 학교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가 많다. 조사관 스케줄에 맞추느라 담당 교사들 업무가 더 늘었다. 경찰 출신 조사관 분들이 실제 학폭이 발생한 교실 분위기를 몰라 조사 내용을 보면 황당한 경우가 많다. 정말 중대 사안만 조사관이 투입되고 경미한 사안은 정부가 학교를 적극 지원해주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고생 기초 학력이 매년 떨어지고 있는데.
“국어 교사로 현장에서 느끼기에 학생들 문해력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 짧은 시각 콘텐츠에 익숙하다 보니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정부에서 매년 기초 학력 수준만 검사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상위권 학생들도 문해력이 낮다. 국가 차원에서 전국 학생들 상대로 ‘문해력 측정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40대에 교총 회장직에 도전한 계기가 있나.
“작년 ‘서이초 사건’이 교총 회장에 도전하게 이끌었다. 사건 이후 정부가 ‘교권보호 5법’ 등 정책을 내놨지만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답답했다. 현장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분석·반영이 잘 안 됐다. 앞으로 교권 침해 현장 등 전국 현장이란 현장은 다 다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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