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안보 낙제점 국가의 중앙은행

관리자 2024. 6.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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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우리농산물 가격이 같은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높다며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과 개방도,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지목했다.

농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의 공급채널을 다양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니 생산성은 당연히 낮고, 농산물 가격 결정은 시장지배력을 움켜쥔 유통업자들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과일과 채소류의 농산물 개방화가 낮아 가격이 높다는 분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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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우리농산물 가격이 같은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높다며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과 개방도,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지목했다. 농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의 공급채널을 다양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역시 통화관리를 통해 물가를 조절하는 중앙은행다운 교과서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교과서 밖에 있다.

하나씩 따져 보자.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는 한 묶음이다. 우리 농업은 농지면적 1㏊(3000평) 미만의 농가 비율이 31%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다.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니 생산성은 당연히 낮고, 농산물 가격 결정은 시장지배력을 움켜쥔 유통업자들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농가를 줄이거나 농지를 늘리거나 둘 다 혹은 둘 중 하나인데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더 잘 알 것이다.

과일과 채소류의 농산물 개방화가 낮아 가격이 높다는 분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과와 배, 자두와 복숭아 등 극히 일부 온대 과일을 제외하고 모든 과채류 시장이 개방됐다. 사과만 하더라도 ‘후지’ 위주 대과만 선호하는 국민 입맛에 맞는 사과를 수입할 곳도 없고, 수입해도 ‘한우’와 ‘수입 쇠고기’처럼 시장이 구분돼 ‘가격변동성’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64.8로 집세(99.1)의 65.4%다. ‘금사과’ 등 금시리즈를 포함한 모든 과일과 채소 가중치를 더해봐야 28.8로 휴대전화비(29.8)보다 낮다. 정작 국민의 주식인 쌀을 비롯해 한우와 한돈 가격은 너무 떨어져 난리다. 물가관리 정점에 있는 중앙은행은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볼 걸 봐야 한다. 우리는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조사에서 ‘식량안보 및 관련 정책 이행력’ 지표가 0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물가용 할당관세만 남발하는 물가당국에 편승하려는 태도는 우리가 봐야 할 중앙은행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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