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자 도입 200년과 ‘감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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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에 감자가 들어온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이는 조선 헌종 때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우리나라에 감자(북저)가 들어온 시기는 1824~1825년간"이라는 기록에 근거한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청나라 산삼 캐는 사람들이 우리 국경에 몰래 들여와 심었다는 기록이 있고, 1862년 김창한의 '원저보'에서는 선교사 귀츨라프가 서해안지역에 감자 재배법을 전파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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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에 감자가 들어온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이는 조선 헌종 때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우리나라에 감자(북저)가 들어온 시기는 1824~1825년간”이라는 기록에 근거한다.
감자 도입에 관한 기록으로는 1825년 서유구의 ‘행포지’에 북쪽에서 들어온 감자란 뜻의 ‘북저’라는 기록이 있고, 1832년 조성묵의 ‘원서방’에서는 “북감저의 국내 도입은 북개시 영고탑”이라고 했다. 작자 미상의 ‘감저경장설’에 부기된 북저경종설에는 1830년 신종민이 북관육진에서 감자를 도입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원산지가 페루·칠레·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지대로 알려진 감자가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유입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을 통해 유럽으로 진출했고 인도·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청나라 산삼 캐는 사람들이 우리 국경에 몰래 들여와 심었다는 기록이 있고, 1862년 김창한의 ‘원저보’에서는 선교사 귀츨라프가 서해안지역에 감자 재배법을 전파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원저(圓藷)는 둥근 고구마라는 뜻으로 감자를 말한다.
이상의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감자는 우리나라에 200년 전쯤 북쪽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도입 당시에는 감자를 감저(甘藷)라 했는데 이는 60년 앞서 도입된 고구마에 사용되고 있던 말이다. 그러다가 혼동을 피하기 위해 감자는 ‘북방에서 온 감저’란 뜻으로 북감저·북저로, 고구마는 남저로 구분해 사용했는데, 실제로는 감자와 고구마를 모두 감저로 한동안 혼용해서 불렀다. 이는 1925년에 발표된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 나오는 감자가 고구마를 지칭하는 것과 제주 사람들이 지금도 고구마를 감저로 부르는 것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감자·고구마의 한자식 표현인 감저·토감저·양저·북감저·북저·남저 등은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감자와 고구마로 부르게 됐다. 오늘날 감자는 한자 감저에서 나온 말이다. 감자의 최초 한글식 표현은 1820년대 유희가 쓴 ‘물명고’에 나오는 ‘감져’라 할 수 있다. 1918년 일본 중앙흥농회가 발행한 ‘조선농업대전’에는 “근채류는 뿌리와 밑동을 쓰는 것이고, 감자·고구마를 말한다”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감자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였다. 국토의 황폐화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감자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재배기간도 100일 남짓으로 짧아 많이 심었고, 고구마·옥수수와 더불어 대표적 구황작물로 자리 잡았다.
‘땅속의 사과’로 불리는 감자는 비타민C·비타민B6·미네랄·탄수화물·칼륨·마그네슘·아연·철분과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아주 좋은 식재료다. 또한 재배가 용이해 미래 식량난을 해결해줄 작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 감자튀김에 대한 종주권 논쟁이 벌어지자 벨기에는 2008년 세계 유일의 ‘감자튀김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알제리·파라과이·볼리비아 등에 씨감자 생산기술을 수출하는 등 감자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감자 도입 200년을 맞아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는 6월21일을 ‘감자의 날’로 선포하고, 국립농업박물관은 18일부터 ‘감자특별전’을 여는 등 감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한창인 감자꽃도 보고 재미있는 우리 감자 이야기도 들어보는 건 어떨까.
김재균 국립농업박물관 학예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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