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진 국힘 전당대회…한동훈 '채상병 딜레마' 풀어낼까
나경원은 막판까지 장고…친윤계 전략은 '4파전'
실체 드러난 '한동훈 캠프'…용산 출신도 일부 합류
'채상병' 등 특검 정국 韓 딜레마…'尹 선긋기' 분수령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오는 25일 마감되는 가운데,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오는 23일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고, 국회 인근 건물에 선거 사무실도 마련했다.
한 전 위원장에 맞서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과 윤상현 의원은 20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나경원 의원은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관건은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조가 유지되느냐, 언더독의 반란으로 귀결되느냐이다. 특히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의 당권 접수를 반대하고 있어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친윤계의 계획은 일단 다자구도를 통해 결선을 유도하고, 결선에서 '1대 1'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맞대응 후보로 원 전 장관과 윤 의원뿐 아니라, 나경원 의원까지 경선에 합류해야 퍼즐이 맞춰지는 실정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 전 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 대응 논리다.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할 경우 다른 친윤계 후보들과의 차별성이 희석되는 반면, 찬성하면 일대 파장이 예상된다. 한 전 위원장 측에서 "용산과의 갈등 구도는 없다"는 말도 흘리고 있지만, 여론을 좇아 차별화에 나설 경우 '당정 관계 재정립'이라는 중대 기로에 설 수 있다.
세(勢) 규합 나선 한동훈…나경원 '정중동(靜中動)' 모드
러닝메이트로 언급되는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과 박정훈 의원 외에도 총선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예지·한지아·고동진·정성국 의원 등이 물밑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관계 재정립이 이번 전당대회 화두로 떠오르면서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의원들의 합류도 관심 포인트다. 한 전 위원장 측에서는 대통령실 비서관이나 행정관 출신 의원들 상당수가 선거를 돕고 있다는 취지로 홍보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용산 출신 의원들 일부는 이날 경북에서 열린 26차 민생토론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보조하기도 했다.
韓-尹대통령과 통화, '언론플레이' 지적도
한 전 위원장 측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 전 비대위원장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께 전화를 드렸고, 통화가 이뤄졌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보겠다는 당대표 출마의 결심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화를 두고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계기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80%, 일반 국민투표 20%를 합산해 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당심을 공략하기 위한 한 전 위원장의 행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의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며 "대통령도 불쾌해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친윤계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한동훈 대항마' 주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원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며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에 대해 숙고한 결과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는다. 그는 "당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비교 평가해달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거론됐던 나 의원은 장고(長考)를 이어가고 있다. 친윤 조직표를 내심 기대했던 나 의원은, 원 전 장관이 "당정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친윤계 표심 구애에 나서자 당혹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배신자' 낙인과 '중수청' 여론 사이…韓 '특검 정국' 돌파 카드는?
원 전 장관은 사실상 '당정일체론'을 먼저 띄워 선수를 쳤다. 윤 의원은 '새로운 당정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나 의원은 친(親)도 반(反)도 없다며, 표면적 중립을 선언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할지 여부다.
한 전 위원장의 측근인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굳이 저렇게 먼저 얘기를 꺼낸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것 외에 어떤 입장을 밝힐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이 일부러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같은 맥락에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국면 때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선에서 적당히 매듭 짓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기존 당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을 경우 일명 '배신자' 프레임에 걸릴 수 있는 반면, 애매한 답변을 할 경우 기존 정치인과 다른 '소신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최대 약점이자, 대권 주자라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과는 괴리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의 지난 총선 당시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집토끼를 결집시키는 것만 신경쓴다"는 쪽으로 귀결된 바 있다. 또 한 전 위원장의 핵심 지지층이 윤 대통령과 겹치기 때문에 막상 정권 핵심부에 타격을 입힐 선택은 부담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주된 출마의 동기는 지난 총선 패배로 입은 상처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정 관계에 대한 수정은 전략적으로 불가피하다.
당정 관계 해법을 놓고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당 대표의 운명은 결국 내년 4월 보궐선거 성적표에 달려 있다"며 "그 사이 재의요구권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유권자 표심이 상당 부분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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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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