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이념을 누른 인도 선거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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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이런 기대와는 달리 BJP에 초라한 성적표만 안겨 주었다.
모디 정부는 조세개혁, 화폐개혁, 비즈니스 환경 개선 및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로 경제성장을 주도해 인도를 세계 5대 경제 국가로 부상시켰다.
결과적으로, 인도 민심은 이념보다는 빵과 버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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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인도 하원 총선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나약한 야당을 상대로 3연임에 단독 정부를 꾸려 인도 황제의 등극을 기대했던 인도국민당(BJP)은 연합정당 체제를 통해 겨우 과반을 확보해 정부 구성 요건을 간신히 맞췄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승리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출구 조사에서도 연합정당 NDA가 350~40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BJP가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인 남부 지역에서도 일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이런 기대와는 달리 BJP에 초라한 성적표만 안겨 주었다.
물론, BJP는 여전히 543석 중 240개 선거구에서 승리해 단일 최대 정당으로 남았다. 모디 총리도 1962년 자와할랄 네루 이후 두 번째로 3연임 한 인도 지도자가 됐다. 하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충격적 패배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BJP의 압승 실패는 내부 갈등과 경제 문제를 무시한 결과로 해석된다. 모디 정부는 조세개혁, 화폐개혁, 비즈니스 환경 개선 및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로 경제성장을 주도해 인도를 세계 5대 경제 국가로 부상시켰다. 특히 인도가 향후 3대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도인들을 열광시켰다.
모디 정권은 이런 환경을 적극 이용해 '힌두 이념화'에 몰두했다. 지난 10년 집권 기간 모디 정부는 무슬림, 소수 종족을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시민법을 통과시키고, 무슬림 사원 자리에 힌두 사원을 건립하는가 하면 '하나의 인도' 등 힌두를 집결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모디 정권이 이념화에 집중하는 동안 민생은 거덜 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7~8%에 달해 양질의 일자리는 고사하고 만성적 실업의 늪으로 빠져들어 젊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7%를 기록했다. 8억 명에게 제공되는 배급 정책은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이 이에 의존하는 생존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포용적 성장'을 통해 빈곤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던 모디 정부는 관련 통계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쌀 수매에 불만이 쌓인 농민들은 야당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인도 민심은 이념보다는 빵과 버터를 선택했다. 강력한 야당도 부활했다. 이에 모디 정부는 경제성장과 민생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디 1기와 2기 때와는 달리, 이번 새 내각에는 무슬림 장관이 한 명도 선임되지 않아 힌두 민족주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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