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대 커지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이대로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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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추진 중인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갈수록 강해지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부지에 기존 체육시설을 모두 허물고 축구전용구장과 업무·상업시설에다 아파트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아서다.
구덕운동장은 부산 시민 전체에 단순한 체육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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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여론·역사성 고려 재검토를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갈수록 강해지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부지에 기존 체육시설을 모두 허물고 축구전용구장과 업무·상업시설에다 아파트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아서다. 인근 주민들이 고층 아파트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엔 구덕운동장이 부산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져 재개발 당위성에 더욱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부산시의회조차 “여론 수렴이 충분하지 않다”며 심의를 보류했을 정도다.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미래유산 지킴이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오랫동안 표류한 부산시 과제 중 하나다. 지어진 지 50년 넘은 시설의 유지 보수 한계를 극복할 현실적인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가 깃든 부산 최초 공설운동장이라는 상징성을 보존하고, 생활체육공간이 절대 부족한 원도심의 수요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부산시가 민간자본을 끌어 만든 현재의 재개발 방안이 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게 대다수 주민의 여론이다. 110억 원이나 들여 야구장을 허물고 조성한 체육공원이 5년도 안돼 사라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터지는데, 그 자리에 38층짜리 아파트 3개동을 짓겠다고 했다가 이 참에 49층짜리 4개동으로 확대한다니 누구든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
구덕운동장은 부산 시민 전체에 단순한 체육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부산시가 2020년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래유산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흔적을 담은 유무형의 자산 중 미래세대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물 장소 먹거리 등을 말한다. 관련 조례에는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구덕운동장의 가치가 불과 4년 만에 급격히 하락했을 리는 만무하다. 2017년 야구장을 허물 때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사실상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장마저 없앤다고 하니 주민 반대는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구덕운동장 옆에 수영장 헬스장 배드민턴장 등을 갖춘 부산국민체육센터가 들어섰을 때 서구 주민들은 등록을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반겼다. 원도심의 생활체육시설 부족 실태를 대변하는 장면이다. 행정 입장에선 낡은 시설을 유지 보수하느니 완전히 새로 짓는 게 편할 수는 있다. 사업비는 아파트 건립 등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민간자본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그 결과가 구덕운동장 원형 상실이고 뜬금없는 초고층 아파트촌 변모라면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주민 의사를 제일 우선해야 한다. 올초 이 계획이 알려졌을 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6%가 재개발에 반대했다는 결과가 있다. 부산시가 사업을 꼭 추진해야 한다면 주민 설득에 필요한 별도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아니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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