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명언’과 쇼생크탈출 ‘망치’가 만났을 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불멸의 키워드 상영관'을 지은 이미도 저자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a, b, c, d, e, f가 포함된 '가장 짧은 영어 단어'는 뭘까요?"(188쪽) 저자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책을 인용해 던진 질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본편 상영관 6편-창조적 역량증진을 위한 불멸의 키워드' 단원의 상영을 시작한다.
책에는 창의성·상상력·변화를 둘러싼 좋은 문장이 영어 원문과 함께 많이 박혀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유명 영화번역가 이미도 작가
- 상상력·창의력·변화 일깨우는
- 명문장과 명작 영화 함께 엮어
- 눈으로 읽는 ‘멀티플렉스’ 한 권
‘불멸의 키워드 상영관’을 지은 이미도 저자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 책은 멀티플렉스입니다.” 이렇게 이어간다. “이 복합상영관은 인간의 창의성·지식·지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불멸의 키워드’ 전용 극장입니다.” 이 저서가 갖춘 다채로움과 기막힌 구성을 체험한 뒤 이 표현에 공감했다.

동시에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 책은 건축물이다’. 큰 그림을 갖고, 많고 다양한 구성요소를, 집 짓고 건물 올리듯, 한 땀 한 땀, 입체로, 짓고 가꾼 책이다. 이 책은 ‘입체’다.
‘불멸의 키워드 상영관’은 호흡에 생동감이 있고 체계의 일관성이 선연하다. 이미도 작가가 내놓은 회심의 역작 느낌이 있다. 그가 그간 펴낸 ‘반짝반짝 빛나는 창의성 세계’를 담은 책들과 조금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상상력·창의력·변화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더 집요해졌다. 체계 또한 더 탄탄하게 다듬은 느낌이다. “a, b, c, d, e, f가 포함된 ‘가장 짧은 영어 단어’는 뭘까요?”(188쪽) 저자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책을 인용해 던진 질문이다. 답은 “feedback(피드백)”이다. 그간 저자가 피드백 작업을 더 치열하게 했던 게 아닐까?
저자 이미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등 550여 편을 번역한 영화번역가이며, ‘이미도의 언어 상영관’을 비롯해 저서 15권을 펴낸 작가이다. 방방곡곡 다니며 창의성·상상력·변화를 키워드로 강연하며, 출판사 뉴를 운영하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독자 눈길을 먼저 당기는 구성요소는 헌즈 작가가 그린 인물 일러스트레이션일 터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크리스토퍼 J. 나세타, 파블로 피카소, 월터 아이작슨, 이길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건희, 이석연, 백남준, 스티브 잡스, 프란츠 카프카를 거쳐 헨리 데이비드 소로까지 44명이다. 이 인물 그림에 헌즈 작가는 마치 암호 또는 키워드처럼 독특한 작은 그림을 하나씩 더 그려 넣었다. 해당 인물을 상징하는 유쾌한 상상력이 그림 속에 숨 쉰다.
예컨대 프란츠 카프카를 보자. 카프카는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온 성경책을 들고 있다. 성경책 출애굽기가 펼쳐져 있고 망치 모양으로 홈이 파여 있다. ‘쇼생크 탈출’ 주인공 앤디가 탈출용 굴을 파느라 쓴 망치를 숨긴 공간이다. 이 문장도 함께 있다. “A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sea within us.” 책은 우리 내면이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본편 상영관 6편-창조적 역량증진을 위한 불멸의 키워드’ 단원의 상영을 시작한다.
책에는 창의성·상상력·변화를 둘러싼 좋은 문장이 영어 원문과 함께 많이 박혀 있다.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문구도 다시 새로운 맥락 속에서 만날 수 있다. 헌즈 작가가 파블로 피카소를 표현한 그림에는 애니미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한 장면이 배경에 깔려 있고 피카소가 한 말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이 적혀 있다. 어마어마한 뜻을 담은 피카소의 말을 저자는 창의성 관점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프랑스 시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문장도 인상 깊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발견을 위한 진정한 탐험은 새 풍경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영화·문학·인문·영어가 어우러져 입체로 된 이 책은 그림과 명문구가 많다고 마냥 쉽지는 않다. 제대로 스며들어 봐야 진가를 느끼는 책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