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침략위협 받아도 협력” 한미훈련 빌미 군사지원 가능성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공개
‘러시아판 핵우산’ 제공 근거 마련… 전시 아닐때도 군사개입 우려
‘유엔헌장-양국 국내법 준한다’ 단서… “자동군사개입 어려울것” 분석도
“북한이 ‘러시아판 확장억제(핵우산)’ 선물을 받은 것이다.”
19일 북-러 정상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이 20일 공개되면서 정부 안팎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1961년 북한과 구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이번에 부활하면서 러시아가 한국을 적대국으로 보고 북한의 핵 위협에 따른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빌미로 한반도에 핵전력을 투입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졌다는 것. 핵무기는 물론 다수의 첨단 군사무기를 운용하는 러시아가 향후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겠다는 약속을 해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미사일 고도화로 국제규범을 무시해 온 북-러가 이번 조약을 통해 냉전 시대의 혈맹으로 회귀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안보에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다.
● 北 전시 아니어도 러 군사개입 근거 마련
양국은 조약 4조에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1961년 조약의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의미를 담은 다른 표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지체 없이’나 ‘군사지원’ 언급 없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만 밝혔지만 실제로는 1961년 동맹 조약이 사실상 부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조항에 따라 향후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연합전력의 즉각적인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했을 때 이에 대한 한미의 원점 타격 등 비례 대응을 북한이 ‘전쟁 상태’로 규정하면 러시아군을 파병해 참전하거나 전략폭격기 등 핵 자산이 한반도로 전개될 수도 있는 것.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상호)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는 3조 역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단기간에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항이다. 북한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없더라도 북한이 “침략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민감하게 반응해 온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침략 위협”이라고 규정하면 러시아가 군사 지원 등을 제공하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마련된 셈이다. 한미가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시켜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북-러 연합훈련이 진행되며 한반도 긴장 수위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조약이 나온 만큼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가정해 작전계획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엔헌장·국내법 단서 달아
다만 북-러는 1961년 조약과 달리 유사시 군사 지원 등이 무력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헌장 51조와 양국 국내법에 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조약이 국제규범에 부합하고, 이로 인해 정당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선 이 단서로 인해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이 실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사시 북한의 요청에도 러시아가 자국 법을 이유로 군사지원에 즉각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달리 푸틴 대통령이 ‘동맹’을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만 조약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한-러 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허태근 전 국방정책실장은 “각자의 법에 따른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러한 절차가 자동개입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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