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검토” 러시아가 자초한 일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자제해 왔다. 지원 물품은 의료품, 전투식량, 방탄 헬멧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 위주였다. 전후 한·러 관계를 고려한 고심어린 결정이었다. 이제 러시아가 유사시 자동 개입을 골자로 하는 신(新)조약을 북한과 체결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 지원까지 예고한 이상 상응하는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미국·유럽 등 한국의 우방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상황에서 한국 홀로 군사 지원에 선을 그은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최근 서방 국가 절대 다수가 보이콧한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 때도 한국은 현지 대사를 보내 축하했다. 러시아는 그 의미를 숙고하고 신중히 행동해야 했다. 푸틴은 방북하기 전 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언급하며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이번에 북·러가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엔 냉전 시절 유지되다 1996년 폐기된 자동개입 조항이 부활했다.
조약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푸틴은 회견에서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자신이 만든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낡은 소련제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북의 숙원이다. 북은 ‘전략무기 5대 과업’ 이행을 위해 핵 추진 잠수함, ICBM, 정찰위성 등의 기술 이전도 희망하고 있다. 이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북·러 군사 협력이 현실화하면 한국민의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 우리의 선의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다.
무기 지원은 방공 시스템 같은 방어용으로 시작해 북·러의 ‘위험한 거래’가 계속될 경우 살상용으로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작년부터 한국은 미국에 155㎜ 포탄 수십만 발을 대여·판매해왔다. 미국은 이것으로 자국 무기고를 채우고 재고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러시아와 미국 입장을 모두 감안한 우회 지원이었다. 이제 이것을 직접 제공한다 해도 러시아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상황은 러시아가 자초한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 무기들을 대량생산할 능력이 있다. 러시아는 그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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