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인구학 싱크탱크’ 만들어 보자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사내 강연을 여는 일을 맡은 대기업 실무자의 이야기다. “워낙 저출생이 사회적 현안이라 인구 전문가를 모셔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백방으로 찾아도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몇 안 되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저출생으로 소멸 위기에 몰렸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하지만 아직도 인구학을 다루는 교수나 연구자가 너무 적다. 워낙 몇 안 되는 귀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저출생 공포 수위가 가장 높은 나라인 만큼 이제는 인구 정책을 체계적으로 파고드는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전문가를 집중 양성할 때가 됐다. 해외에 사례가 있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의 지시로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국립인구학연구소(INED)를 세웠다. 전후(戰後) 재건 과정에서 체계적인 인구 정책을 입안하려면 전문가를 규합해야 한다는 게 설립 취지였다.
연구 인력만 80명에 달하는 INED는 내부에 노령화 그룹, 불임 커플 그룹, 생식능력 그룹 식으로 세부 파트를 두고 마이크로 데이터를 대량 생산해낸다. 파리특파원 시절 INED의 로랑 툴몽 연구실장을 인터뷰한 적 있었는데, 인구유전학자인 그는 피임 수단과 출산과의 연계성까지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툴몽 연구실장은 “선진국 가운데 비교적 높은 프랑스의 출산율은 INED의 연구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프랑스뿐 아니다. 독일은 막스플랑크인구학연구소를 운영한다. 막스플랑크협회는 산하에 86개 전문 연구기관을 두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인구학연구소가 1996년 출범했다. 생애에 걸친 일의 배분, 디지털화된 삶, 남녀 간 불평등, 세대 간 자산 격차, 이민자 유입 등 각종 변수가 출산과 인구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저출생 대책이 효과를 보는 나라인 헝가리에도 올해 출범 56년째를 맞은 인구학연구소(HDRI)가 있다. 별도로 헝가리 정부는 2018년 인구가족통계연구소(KINCS)라는 정부 산하기관을 만들어 저출생 대책을 세울 때 베이스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인구학 자체만으로는 굵직한 학문 분야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의학·생물학·사회학·심리학 등의 일부도 인구 정책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각 분야 두뇌들을 한곳에 모아 역량을 집결시킬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인구학 싱크탱크를 가동한 프랑스·독일·헝가리는 출생률이 준수한 편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과 비교한 합계 출생률이 프랑스 2.22배, 독일 1.95배, 헝가리 1.96배다. 해외의 인구학자들은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한국에 인구 정책 연구기관이 없다고 하면 의아해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브레인’ 없이 총칼만 든다고 해서 총력전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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