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성추행당해, 죽이고 싶었다”… ‘씬스틸러’ 배우의 고백
입안 주스를 ‘주르륵’ 흘리는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씬스틸러’ 배우가 된 박동빈(55)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아픔을 털어놨다.
박동빈은 20일 방송된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배우인 아내 이상이(43)와 함께 출연해 약 50년간 혼자 숨겨왔던 이야기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누구와도 얘기해 본 적 없다. 평생 안고 갈까 생각도 했다”며 “문자완성검사 문항 중 ‘무슨 일을 해서라도 잊고 싶은 일이 있냐’는 질문이 있더라. 비워둘까 하다가 털어놓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동빈은 “아주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적 있다. 그때는 그게 추행인지 몰랐다. 기억 속 (가해자는) 교련복을 입었으니 고등학생이었을 거고 당시 나는 6~7살 때였다”며 “성에 대해 눈을 뜬 사춘기 때 그게 추행이라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역겨움과 복수심이 일었다. 삶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때 일이 영향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그땐 그냥 예뻐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 시기만 해도 상담을 할 수 있는 정신도 아니고 한편으론 창피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었다”며 “부모님도 아내도 모른다. 사실은 얘기하고 싶었다. 아이가 생기니까. 내 아이가 혹시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안 되니까.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지금이라도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50년 가까이 된 일이지만 박동빈은 피해 당시 상황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그 느낌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머릿속에 그 영상이 계속 떠오른다. 어렸을 때 겪었던 그 감각마저 느껴질 정도”라며 “원망 정도가 아닌, 과격한 단어를 쓰자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찾아가? 어떡하지?’라고 되뇌었다. 내가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내 이상이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남편의 아픔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이상이는 “남편이 과거에 욱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를 만나면서 줄었지만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과하다고 생각해 원망한 적도 있었다”며 “저도 원인을 찾아보려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사적으로 나를 지키려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는 “보통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생긴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기 통제력을 빼앗겨 버린다”며 “박동빈 배우는 일상 속 부조리를 바로잡는 일을 통해 그 통제권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곳에 나와 ‘내가 이런 일을 겪었고, 이 일은 잘못됐다. 나는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역시 그 과정이다.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위로했다.
박동빈은 1996년 영화 ‘은행나무 침대’로 연예계 데뷔했다. 영화 ‘쉬리’와 드라마 ‘야인시대’ 독사 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다 2012년 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주스를 흘리는 장면으로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켰다. 이후 주스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여러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