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아버지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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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아버지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를 김현승 시인은 '아버지의 마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쁜 사람들도 / 굳센 사람들도 /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 어린것들을 위하여 /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가부장적 시대 아버지 권위는 잊힌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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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아버지가 화제다.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손웅정씨는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한다.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다. 인품을 동반해야 한다”면서 아들 손흥민에게 겸손의 중요성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난 4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작은 부모’는 아이 재능과 개성보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돈이 되는 곳으로 유도한다”고 지적한 뒤 자식 성공은 부모의 업적이 아니므로 숟가락을 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큰 뜻을 품게 한 원동력이자 후원자이기도 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멍에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8일 전 프로골퍼 박세리씨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친과의 갈등을 털어놨다. 그러고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는 아버지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이 그제 이재명 대표를 두고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와 악수한 뒤 90도로 허리 숙여 ‘폴더 인사’까지 했다. 이 대표 지명으로 당 최고위에 첫발을 내디뎠으니 감사 표시로 여길 수 있겠으나, 과했다는 말이 많다. 두 사람이 동갑내기인 데다 가뜩이나 이재명 사당이 된 민주당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논란이 계속되자 강 최고위원은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둘러댔다. 그가 본인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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