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영어 남발’ 정부 보도자료 씁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위클리(weekly·주간회의) 시작할게요. 어디까지 얼라인(align·조정)됐어요?" "리소스(resource·자원) 파악 중인데 듀데이트(due date·마감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자일(agile·빠른)하게 해볼게요." "저는 배리에이션(variation·변화)을 주면서 가야 더 핏(fit·알맞은)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만 리유저블컵(다회용컵)처럼 직역 의미 그대로인 영어 과잉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클리(weekly·주간회의) 시작할게요. 어디까지 얼라인(align·조정)됐어요?” “리소스(resource·자원) 파악 중인데 듀데이트(due date·마감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자일(agile·빠른)하게 해볼게요.” “저는 배리에이션(variation·변화)을 주면서 가야 더 핏(fit·알맞은)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인터넷에선 컨펌(confirm·승인), 인볼브(involve·참여하다), 리스트업(list up·목록화) 등의 영어단어를 ‘직장인 업무 용어’라고 소개하는 글도 찾을 수 있다. 영어를 쓰는 것이 격식을 차리는 ‘비즈니스 매너’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일상에서 영어를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지 않는 개념이나 우리말로는 의미가 온전히 살아나지 않는 경우 외래어는 ‘양념’이 될 수 있다. ‘블로그’를 ‘누리사랑방’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주장은 ‘뭘 그렇게까지’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다만 리유저블컵(다회용컵)처럼 직역 의미 그대로인 영어 과잉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글 사용 흐름엔 정부가 앞장서야 하지만, 최근 정부 보도자료에서도 영어 남용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자가 담당하는 교육부는 ‘디지털인프라담당관’, ‘교육데이터담당관’ 등 부서 이름 자체가 영어로 돼 있는 곳도 있어서 해당 과에서 나오는 자료에선 자연스럽게 ‘인프라’, ‘데이터’ 표현이 빈번하게 쓰인다. 자료의 데이터는 ‘자료·정보·통계’로, 인프라는 ‘환경·기반’으로 바꿔 써도 어색하지 않지만 구태여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에선 ‘추천(큐레이션)’, ‘기기 실험실(디바이스 테스트랩)’ 식으로 오히려 한글을 영어로 다시 설명하거나, ‘디지털 튜터’, ‘테크 매니저’ 등 아예 영어로 붙인 직함도 보인다. 이들을 ‘디지털 보조교사’, ‘기술 관리자’ 등으로 부르면 안 되는 걸까? 이쯤 되니 영어가 한글보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19일 나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 자료에는 ‘결혼·출산·양육이 메리트(merit)가 되도록’, ‘초저출생 추세 반전 모멘텀’, ‘퍼블릭케어’ 등 영어 표현이 다수 사용됐다. ‘이점’, ‘전환 국면’, ‘공공 돌봄’으로 바꿔도 무리 없는 표현들이다.
서두에서 소개한 영상에서 영어를 섞어 쓰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정부 자료도 국민에게 웃음을 주려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영어 사용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 자료가 우스꽝스럽게 보여선 곤란하니 말이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