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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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프랑스 문화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프랑스 영화를 보며 형성된 '문화와 예술의 나라', '자유와 평등의 나라', '비억압적이고 합리적이며 철학적인 교육을 시키는 나라', '참여하는 지식인의 나라'라는 것이 당시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선진적인 나라 프랑스에 대한 나의 이미지였다.
K컬처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 역시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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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 역시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 개념에서 ‘구성원들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상을 통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처럼 K컬처 역시 그것을 이루는 모든 분야와 특성을 구체적으로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국성’이라는 모호한 기준과 다양하게 관계 맺는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진 한국에 대한 멋진 이미지가 형성되는 중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켜 외국인의 투자 및 외국 관광객 유치, 수출품의 가치 제고, 정치적 동맹 형성 등 국가의 전반적인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깎아내리는 사건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최저라거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차별금지법을 도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거나, 여성의 교육 수준, 관리직 및 기업 임원 비율, 출산 휴가 정책을 평가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거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62위로 1년 새 15단계나 하락했다는 소식 등을 들을 때면, 과연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유지될지 걱정된다.
프랑스에 대한 나의 환상은 사실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다. 프랑스 경찰들이 독립을 요구하던 알제리인 다수를 학살한 파리 대학살 사건에 대해 아직도 프랑스 정부가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배상문제를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합리적이고 멋진 프랑스라는 나라가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는 와장창 깨져 버렸다. 그저 드라마와 K팝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문화의 영향력이 제대로 오래 유지되길 바란다면 그 이미지에 걸맞은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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