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인공지능이냐, 인공감정이냐
2024. 6. 2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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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에 열린 한국영화학회와 6월15일에 열린 한국소통학회의 봄철 학술대회에서는 인공지능(AI)에 관한 연구발표가 흥미로웠다.
영화학회에서 정석현 필름에이아이 대표이사는 AI와 확장 현실, 로보틱스 등이 영화의 기획, 제작, 상영 및 유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관해 개략적인 발표를 했고, 앞으로 이에 정부와 업계, 학계가 연구와 교육, 훈련에 더 신경 쓰기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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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에 열린 한국영화학회와 6월15일에 열린 한국소통학회의 봄철 학술대회에서는 인공지능(AI)에 관한 연구발표가 흥미로웠다. 이 두 학회 이외에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를 연구하는 다른 학회에서도 지난 몇 년간 주요한 연구주제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 비대면과 뉴노멀 상황이 낳은 메타버스였다가, 최근에는 AI와 미디어가 주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영화학회에서 정석현 필름에이아이 대표이사는 AI와 확장 현실, 로보틱스 등이 영화의 기획, 제작, 상영 및 유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관해 개략적인 발표를 했고, 앞으로 이에 정부와 업계, 학계가 연구와 교육, 훈련에 더 신경 쓰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소통학회에서는 여러 연구자가 AI의 도입을 둘러싼 제도, 법, 정책 측면에서 접근한 학술적 발표가 나왔다.
이미 AI를 활용한 영화, 음악, 문학 창작물이 등장해서 관련된 경선 분야에서 수상작이 나왔다는 뉴스도 있고, AI의 도입에 대해 미국의 작가 노조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컨대 AI를 창작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고 창작 시간을 단축하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자칫 AI가 창작 노동을 대체하면 창작자의 저작권과 창작 노동자의 고용기회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우려도 있다. 예전에도 기술의 도입은 항상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낙관론과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환경에 적응한 사람이 살아남아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업계에서 밀려났다.
지난 6월5일에는 AI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 ‘원더랜드’가 개봉했다. ‘원더랜드’는 2013년에 나온 미국 영화 ‘그녀(Her)’와 여러모로 비교할 만한 지점이 많다. ‘그녀’는 고독한 남자 테오도르가 AI 사만다와 교류하는 이야기이다. 인간과 AI의 관계를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치환한 이 영화에서 사만다가 테오도르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알고 테오도르는 실망한다.
그에 비해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의 기억을 데이터로 변환해서 AI로 만들고 가족이나 친지가 화상 통화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가 등장한다. AI가 된 배우자, 연인, 엄마, 손자를 생존한 인물들이 대하는 다양한 방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소중한 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인물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녀’와 ‘원더랜드’는 AI를 넘어 인공감정(Artificial Emotion)을 표현한다. 일단 영화에서는 그렇고, 그것이 실현되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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