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데이트폭력 해결' 강조, 그런데 尹의 '여성부 폐지'는?

한예섭 기자 2024. 6. 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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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여성부 폐지는 대선 공약…여성부 없어도 폭력 문제엔 대처하겠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표적인 교제폭력(데이트폭력) 관련 토론회에 일제히 참석, 해당 범죄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교제폭력방지법 제정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에선 여성폭력 범죄의 해결을 위해 '여성가족부 등 전담부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는데,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선 "여성부가 폐지되더라도 그 업무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약자동행특별위원회 '교제폭력방지법 정책토론회'에는 황 위원장을 비롯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당내 주요 중진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교제폭력 범죄의 '구조적 해결'에 입을 모았다. "교제폭력·교제살인이 발생한 맥락을 단순 개인의 차원으로 돌릴 수 없는 것"(민고은 변호사)이라는 전제 하에 교제폭력방지법의 입법취지에 동감을 표한 것이다.

김미애 특위 위원장은 "경찰에 따르면 교제폭력피의자는 2019년 9823명에서 지난해 1만 3939명으로 40% 이상 증가했지만, 이 기간 동안 검거된 피의자 5만 6079명 중 구속 비율은 단 2.21%(1242명)에 불과했다"며 "교제폭력은 연인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폭행협박 혐의로 처벌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려워해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처벌받지 않는 구조"라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이 문제는 법적인 사각지대가 많다"며 "국회가 어느 시점엔 정상화될 것인데, 그러면 우리가 정말 빠른 속도로 (교제폭력방지법을) 입법 보완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호응했다.

안철수 의원도 "교제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보호가 되고 있지 않다"며 "그나마 발견된 사람(피해자)에 비해서 경찰이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저는 아마도 10배는 되지 않을까 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교제폭력 등과 관련)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여러 역할을 하시는데, 상담소 예산 확충 및 지원이 먼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제도 마련에 더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관련 예산의 확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제폭력방지법 정책토론회'에 참석, 박수를 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교제폭력과 같이 피해자가 주로 여성이며, 이른바 '성별권력관계'를 전제하는 여성폭력 범죄에 있어선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성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성부 폐지 방침을 내세우며 각종 여성폭력 관련 예산을 삭감해왔고, 국민의힘 또한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는 만큼 지도부의 기조 전환이 따르지 않는다면 야권 및 시민사회 등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엔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65개 등 568개의 관련 단체가 모여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 단체'를 구성, 정부를 향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적극적으로 시도", "예산 감축을 통해 여성가족부와 관련 정책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가정폭력상담소 운영 예산을 전년(2022) 대비 31억 9700만 원 삭감했는데, 이는 이날 토론회의 주제인 교제폭력 범죄와 직결된 예산이기도 하다. 당시 이 단체는 '개별 상담소를 감축하고 통합 상담소를 운영하여 지원을 효율화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 "실제 예산안을 살펴보면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을 '가정폭력·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지원'으로 세목만 바꿨을 뿐"이라며 "실질적 예산 확충 없이 어떻게 피해자 지원이 가능한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UN CEDAW)가 제 9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조직법개정안 내 해당 내용을 철회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또한 국내 '여성·성평등 정책 삭제 및 예산 삭감 등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의 퇴행'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를 마친 직후 기자와 만나 '교제폭력 등의 해결을 위해선 여성폭력 전담부처인 여성부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듣자 "(여성부 폐지는) 여러 문제를 (여성부라는) 한 부서가 관리하기에 적절하냐 이 문제"라며 "여성부가 폐지되더라도 그 업무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정부·여당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황 위원장은 "외국에도 여성부라 하기보다는 다른 형태로 많이 (업무가) 포함되고 이번에 또 저출생 문제를 가지고 부총리급으로 (부서를) 신설하고 그러니까 나중에 정부조직 정리할 때 잘 이렇게…(하겠다)"며 "이런 가정에 대한 폭력이나 가정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부서라도 반드시 해서 잘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선 공약 이행 과제로 추진했던 여성부 폐지 방침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여성부 폐지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불발되면서 현재 멈춰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김현숙 전 여성부 장관의 사퇴 이후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여성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폐지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여성부 폐지 관련 당의 기조는 기존과 같나' 묻는 질문엔 "(여성부 폐지는) 대선 때 약속한 거라 아아 추진이 될 텐데"라면서도 "혹시 문제가 있으면 다시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한동훈 비대위 당시에도 한 전 위원장이 여성부와 관련 "우리가 폐지를 약속했던 부서"라고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유사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6월 민주항쟁 기념 특별강연 및 발표 대담회에서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추 원내대표가 서울 영등포 쪽방상담소 및 쪽방촌 일대를 찾아 폭염 현장점검을 나서고, 정책위 차원에서 '민생공감 531' 등 민생 관련 법안을 당론 발의하는 등 민생 강조 행보를 이어갔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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