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조약보다 더 강하다”…북·러, 냉전시대 동맹 28년만에 부활
1996년 폐기 ‘조소 조약’에
군사개입 정당화 근거 더해
러·독립국가연합 조약 때 쓴
‘지체없이 軍원조’ 문구 인용
동해상 연합훈련 가능성도
북·러 양국은 평양 정상회담 결과물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통해 28년 만에 북·러 군사 동맹을 사실상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세계 안보 정세를 흔들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측이 이번 조약에 담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은 70년 한미 동맹의 주춧돌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날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러시아와 맺은 조약 내용 전체를 보도하며 북·러 동맹의 부활을 알렸다. 북·러 양국은 조약 4조에 ‘어느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다른 나라가 유엔헌장 제51조와 각국의 법에 의거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문구를 명기했다.
이 조항은 냉전 시기인 19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동맹조약)’ 제1조와 유사하다. 이번에는 개별 국가의 자위권 행사를 보장하는 유엔헌장 제51조나 양국 법령 등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정당화할 근거를 추가한 차이점이 있다.
제 교수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항하기 위한 CIS 국가들과의 조약에 ‘일방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에 나선다’는 표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러 조약에는 이 가운데 ‘지체 없이’와 ‘군사적 원조’라는 표현이 동일하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약이 명확하게 ‘북·러 군사 동맹’을 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조약 문구는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한미동맹조약)’과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동맹조약은 제2조에서 ‘당사국 중 한 나라가 침략을 받으면 언제든 서로 협의하고 자조와 상호 원조에 의해 저지 수단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킨다’고 명시했다. 이 조약에는 ‘지체 없이’와 같은 표현은 없지만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연합 작전계획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의 자동 군사 개입을 담보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새로운 북·러 동맹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참고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북,러 조약에 대해 “1961년 당시에 북한과 소련이 맺었던 조약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것(조약)은 앞에 유엔 헌장 51조 얘기도 있고, 각국의 국내법 규정 얘기도 있어서 자동 군사 개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961년의 조약에는 못 미치지만 이번 것도 군사적인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얘기하고 있어 동맹에 가까워 보이기는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양 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는 달리 ‘동맹’이라는 표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러는 앞으로 북·미, 미·러, 남북 관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협력 수위를 조절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한미처럼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펼치며 무력 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정부도 북·러가 연합훈련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격한 북·러 간 밀착 기조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푸틴은 집권 5기에 추진할 야심 찬 대전략의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과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대북 제재 무력화와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러는 이번 조약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은 1961년과 2000년에 체결한 조약에서는 별도 조항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관련한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하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해 대립 중인 상황을 감안해 통일 관련 조항이 생략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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