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리 오래 비우네?”…사장님은 다 알고 있다? [법잇슈]

안경준 2024. 6. 20.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내 CCTV 설치 문제 화두
사고 대비 vs 직원 감시 논란 거듭

최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폐쇄회로(CC)TV 설치 논란을 비롯해 사업장 내 CCTV 설치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도 지난 2일 직장에서 CCTV를 통한 감시 갑질 사례를 공개하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했다. 

사업장 내 CCTV 설치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주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각종 사고 대비 목적으로 설치하려고 한다. 강 대표도 CCTV 논란에 대해 “사람들이 있는 곳이고 용품을 갖고 있는 곳이라서 언제든 들어와서 있을 수 있고, CCTV가 있어야 했다”며 직원 감시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강 대표를 고소한 직원들은 총 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고 이 중 6대는 사람을, 3대는 직원들 모니터를 촬영하며 근무를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무실이 공개된 장소인지가 쟁점

직장 사무실 CCTV 설치에는 몇 가지 법적 쟁점이 있다. 주로 개인정보보호와 직결된 문제다. 우선 사무실이 ‘공개된 장소’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내놓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무실의 경우 출입이 통제되지 않아 민원인이나 불특정 다수인이 아무런 제약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면 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에는 구청·시청·주민센터의 민원실 등을 예시로 들었다. 공개된 장소인 경우 범죄 예방, 시설 안전 및 관리 등을 목적으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CCTV를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무실을 비공개된 장소로 볼 경우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출입이 통제되어 해당 사무실에 직원 등 특정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면 비공개된 장소다. 이 경우 개인영상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돼 직원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정보 보호법 15조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합법적으로 CCTV를 설치했더라도 이를 이용해 직원을 감시하면 근로기준법 76조에 따라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통한 감시를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사례로 소개했다. 또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행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 개인정보 보호에 중점두는 추세

근무지 CCTV 관련해서 대법원은 보안 및 사고 예방보다 개인정보 침해와 근로자 동의 여부를 중점으로 보는 추세다. 2015년 대법원은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를 비닐봉지로 감싸도록 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12년 해당 어린이집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CCTV 설치를 요청하자 어린이집은 교사들과 합의 없이 CCTV 설치를 강행했다. CCTV는 교사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물론 개인 사무공간, 개인용 컴퓨터의 모니터까지 비출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당시 2심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영유아의 이익이 최우선 고려대상이기는 하지만 CCTV를 설치하면 온종일 촬영 대상이 되는 만큼, CCTV를 통해 확보되는 영유아의 이익이 교사들이 일방적인 촬영대상이 되지 않을 이익에 무조건 우선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 역시 이를 인정했다.

지난해 6월에도 대법원은 근로자의 동의 여부를 우선하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2016년 1월 군산시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회사가 공장 안팎에 설치한 CCTV 51대에 여러 차례 검정 비닐봉지를 씌워 시설관리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환송했다. 회사는 도난·화재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지만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 회사는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5년 10월 설치를 마무리했다.

대법원은 “CCTV 카메라 중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다수 근로자의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CCTV가 감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근로자참여법상 노조와 협의 의무가 있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고 봤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