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총장에 ‘김여사 논문 검증파’ 임명...野 지지 덕분?
숙명여대 이사회는 20일 문시연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를 21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문 교수가 최근 총장 선거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던 결과대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교수가 총장이 돼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숙대를 압박해 왔다. 정당이 사립대 총장 인사를 두고 특정인을 미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성 발언은 계속됐다. 그들이 문 교수를 ‘지지’한 이유는 문 교수가 다른 총장 후보보다 김건희 여사의 숙대 석사 논문 검증에 적극적이란 점이었다.
이번에 숙대 총장 최종 후보자는 문 교수와 장윤금 현 총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이었다. 숙대 총장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14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문 교수는 전체 유효 투표수의 56.29%를 받아 1위였고, 장 총장은 43.71%로 2위였다.
이번 숙대 총장 선거에서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검증’ 문제가 주된 이슈 중 하나였다고 한다. 김 여사는 1999년 숙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제출된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란 석사 논문을 놓고 지난 대선 때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숙명 민주동문회는 “수작업 조사 결과, 표절률이 최소 48.1%”라고 주장했다. 결국 숙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김 여사 논문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개시했는데 28개월째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지난 5일 총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총장이 된다면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며 “표절 여부 판단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고 했다. 장 총장은 “총장의 명예를 걸고 우리 대학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모든 게 진행되고 있다”며 “(검증이 지연돼) 매우 안타깝지만, 윤리위가 진행하는 일이라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문 교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지도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문 교수를 숙대 총장으로 미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숙대 총장 후보 결선 투표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검증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며 “누가 봐도 1위 후보가 총장이 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지난 18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결선 투표에서 1등을 한 후보가 (총장이) 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했고, 교육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문정복 의원도 “이사회가 입맛에 맞는 현 총장을 (차기 총장에) 선임하면 대국민 선전포고와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윤금 총장은 김 여사 표절 논문 방탄을 위한 연임 시도를 당장 멈춰라”라고도 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에서 “순리대로 가야 한다”며 “(현 총장이 연임하면) 국정조사감”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도 최근 숙대 이사회에 문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하라고 압박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숙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교육계에서는 “정치권이 사립대 총장 선출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라고 압박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엔 정부가 대학 총장 선출에 개입하는 일이 문제가 됐는데, 이번엔 국회가 대학 총장 선출에 개입한 모양새”라며 “결과적으로 정치권이 숙대 총장 선출의 투명성을 훼손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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