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눌려 장마도 못 올라온다...중부·남부 극과 극 날씨

박상현 기자 2024. 6. 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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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으로 햇볕을 막는 모습(왼쪽), 같은 날 제주도 호우경보가 내려 우산을 쓴 시민들./뉴시스·연합뉴스

이상고온으로 초여름부터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특히 20일 폭염(暴炎) 특보가 전역으로 확대된 중부지방은 이달 말까지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불볕더위가 길어질 전망이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의 기세가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오는 3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을 중심으로 더위가 이어지겠다. 19일 광주광역시가 최고 37.2도를 기록해 66년 만에 6월 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최근 남부지방을 달궜던 불볕더위가 중부지방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변수는 ‘늦장 장마’다. 중부지방은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 장마 시작 일이 6월 25일인데 올해는 첫 장맛비가 7월이 돼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장마전선이 올라오기 전까지 중부지방은 주로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강한 햇볕, 뜨거운 남풍에 의해 한여름 더위를 겪겠다. 남부지방보다도 더위가 더 혹독할 수 있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늦어지는 것은 한반도 북쪽에 형성된 저기압이 현재 제주도까지 올라온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힘겨루기에서 저기압이 장마전선에 앞서고 있는 것이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는 23일 강원 영동, 24일 수도권과 강원도에 비가 오겠지만 더위를 식혀줄 만큼 양이 충분하진 않겠다. 비가 내리고 난 후에 중부지방은 다시 기온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해 남부·중부로 차차 올라온다. 보통 제주에서 장맛비가 시작되면 늦어도 일주일 내외로 중부까지 장마전선이 올라온다. 작년의 경우 장마 시작은 제주·남부가 6월 25일, 중부가 6월 26일로 시차가 하루 정도였다. 올해는 북쪽 저기압 영향으로 제주와 중부의 장마 시차가 이례적으로 열흘 이상까지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는 폭염, 남부·제주는 폭우가 발생하는 ‘극과 극’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다. 19일 밤 장마가 시작된 제주에선 20일 오후 5시 기준 220.9㎜의 비가 내리면서 6월 일 강수량으로는 역대 둘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 이후 중부지방에 가장 늦었던 장마는 1982년 기록한 ‘7월 10일’이었다. 당시에는 장마전선 자체가 늦게 발달하면서 장마 시작 일이 제주도 7월 5일, 남부지방 7월 7일로 중부와 제주·남부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중부지방 장마 시작 일이 늦어질수록 불볕더위에 신음하는 날도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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