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 안타…손아섭, 신화를 쏘다
2010시즌부터 세 자릿수 안타…최연소·최단경기 등 기록 제조기
철저한 자기 관리로 18시즌 만에 위업…‘3000개’ 도전 앞으로
2007년 4월7일 데뷔전 첫 안타 이후 6284일이 걸렸다. 2044경기를 나서며 쉴 새 없이 안타를 때렸다. 타고난 재능에 꾸준한 노력, 철저한 몸 관리까지 더해졌다. NC 손아섭(36)이 마침내 KBO 역대 최다안타 1위 고지에 올랐다.
NC 손아섭이 20일 잠실 두산전 개인 통산 2505호 안타로 KBO 최다안타 기록의 새 주인공으로 이름을 새겼다. 통산 2504안타로 2020시즌 은퇴한 전 LG 박용택을 넘어섰다. 2007년 롯데에서 데뷔해 FA 이적 후 NC에서 3시즌째 뛰며 프로 통산 18시즌 만에 기록한 대기록이다. 전날 2안타로 박용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손아섭은 이날 경기 6회초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6구째를 밀어쳐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뚫어냈다. 1루를 밟은 손아섭은 헬멧을 벗고 팬들에게 인사하며 세리머리를 대신했다. 손아섭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기 위해 이날 잠실 구장을 찾은 전 기록 보유자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박수를 보냈다.
부산고 시절부터 ‘천재 타자’로 유명했던 그는 2007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29순위 지명을 받았다. 고졸 신인 야수가 2007년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4월7일 현대전 대주자로 들어간 프로 첫 경기부터 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불펜에서 활약하던 정민태를 상대로 1호 안타를 때렸다.
데뷔전부터 안타를 때렸지만, 프로 초년생 시절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데뷔 첫해 손목 부상으로 안타 1개만 기록하고 1년을 통으로 쉬었다. 이듬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타율 3할(규정 타석 미달)을 쳤지만, 3년 차 되던 2009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2년 차 징크스’가 한 해 늦게 찾아온 셈.
그러나 2010시즌부터 손아섭은 한국을 대표하는 교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해 129안타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 자릿수 안타를 꼬박꼬박 쳐냈다. 장장 14시즌 연속 100안타. 이번 시즌까지 양준혁, 박한이, 이승엽에 이은 15시즌 연속 100안타 기록이 확실시된다. 150안타를 쳐내면 지난해 자신이 세운 KBO 첫 8년 연속 150안타를 9연 연속으로 연장한다.
고교 시절부터 매일 수백차례 스윙 연습을 거르지 않았고, 신인 시절 ‘미니 홈피’ 사진첩에 스즈키 이치로, 이승엽, 김현수, 장성호 등 대타자들의 타격을 ‘라이벌’로 따로 분류해 걸어놨을 만큼 승부욕이 강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향상심이 결국 2505안타의 손아섭을 만든 셈이다.
2010년 4월14일 프로 통산 100안타를 돌파한 손아섭의 안타 생산 속도는 시즌을 거듭하며 가파르게 올라갔다. 2015년 10월2일 역대 75번째로 1000안타를 쳤고, 2018년 7월11일 통산 32번째 1500안타를 달성했다. ‘역대 최연소’ ‘역대 최단경기’ 기록과 함께 2021년 8월14일 역대 13번째 2000안타에 성공했다. 안타 수가 늘면 늘수록 어깨를 나란히 하던 과거 타자들의 수도 줄었다. 지난 6월15일 삼성전에서 박용택 외에 없었던 2500안타 고지를 밟았고, 닷새 만에 안타 5개를 추가하며 역사적인 새 기록을 작성했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NC 이적 첫해였던 2022시즌 타율 0.277로 크게 부진했다. 2010시즌 첫 3할 기록 이후로 가장 부진했다. 그전까지 가장 부진했던 시즌이 2019시즌 0.295였고, 나머지 시즌은 모두 3할을 때려냈을 만큼 꾸준했던 탓에 낙폭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그의 나이를 언급하며 ‘에이징 커브’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손아섭은 그 같은 걱정들을 성적으로 불식했다. 지난 시즌 타율 0.339로 반등에 성공했다. ‘데뷔 첫 타격왕’이라는, 생각해 보면 이상할 만큼 늦었던 훈장까지 챙겼다.
손아섭의 다음 목표는 3000안타다. 지난 시즌까지 최근 5년간 한 시즌 평균 안타가 170개 남짓. 지금 기량을 유지한다면 39세가 되는 2027시즌쯤 가시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큰 부상을 피해야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몸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쉽지만은 않은 과제이지만, 지금까지의 손아섭이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3000안타는 미국에서도 명예의전당 보증수표로 불리는 대기록이다. 150년 역사 동안 불과 33명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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