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빨갛게 물든 코스피, 2800선 탈환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매수 몰려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힘을 못 쓰던 코스피지수가 2년5개월 만에 2800선을 넘어섰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결과다.
20일 장 시작과 함께 2800선을 넘긴 코스피는 전장보다 10.30포인트(0.37%) 오른 2807.6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2800선을 넘긴 것은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630선까지 밀렸지만 6월 들어 6.5% 상승했다.
증시가 반등한 것은 대외여건이 개선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이달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 조짐을 보여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랠리가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의 방향성 간 상관계수는 83%로, 지수 성과를 결정짓는 수급 주체가 외국인”이라며 “외국인이 돌아와 국내 주식시장 투자 성과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피가 부진했던 지난달 외국인은 1조1180억원가량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선 19일까지 4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거래일 중 하루(11일)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순매도세를 보인 날에만 코스피가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 자금은 이달 ‘AI 수혜주’인 반도체에 집중됐다. 삼성전자(2조860억원), SK하이닉스(1조3700억원)를 1조원 넘게 순매수(19일 기준)했다. 이외에 기아(3290억원), 현대차(2160억원) 등 대형주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 나스닥 지수도 AI에 힘입어 고공행진 중이지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등 산업 전반에 대한 투심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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