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적자’…육아휴직급여 재원은 어디서?
감세 기조, 재정 여력도 없어
정부, 방안 미정…“검토 중”
저출생 대책으로 발표된 육아휴직급여 확대의 재원 확보 방안을 놓고 재정당국이 고심 중이다.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적립금이 적자 상태라,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허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및 급여체계 재설계안에 따르면 기존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이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늘어난다. 현행 1800만원인 연지급액 상한도 2310만원으로 높아진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인상이 반영되면 내년도 육아휴직급여 지급액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육아휴직급여 지급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조6964억원이던 육아휴직급여 지급액 예산을 올해 1조9869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문제는 늘어난 급여 지급액을 어떻게 충당할지다.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7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10조3000억원)을 빼면 실적립금은 약 2조5000억원 적자다. 당장 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여력이 빠듯하다.
재정당국은 아직 재원 마련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육아휴직급여 지원을 위한 일반회계전입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고용보험기금에 일반회계전입금 명목으로 연간 4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전체 육아휴직 급여액 예산 대비 20%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를 위한 별도 기금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텐데,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수 부족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 들어 4월까지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적자 폭은 19조2000억원 커졌다. 여당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이런 탓에 정부 발표가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노사가 낸 세금으로 구성되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없는 육아휴직급여 확대는 제 살 깎아먹기”라며 “과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될 때도 기재부가 재정을 투입한다 해놓고 보험료율만 올린 적이 있어 이번 발표도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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