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신용리스크 빨간불 들어온 효성화학, 자금조달 난항 겪나
현금창출력 둔화로 EBITDA 관련 지표 일제히 악화
부채비율 3486% 건전성 ‘비상’…금융 비용도 부담
석유·화학 공급 과잉 속 재고 감소는 그나마 긍정적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효성화학(298000)이 현금창출능력 둔화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신용리스크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차입금 증가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비롯한 현금창출능력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상 석유·화학 업계가 미진한 회사채 수요 탓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효성화학의 불확실성 역시 점차 커질 전망이다.
효성화학은 오는 24일 500억원 규모의 1.5년 물 공모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4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며 흥행에 참패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당시 채권투자자 사이에서는 7.5%라는 비교적 높은 금리와 1개월 이표채로 구성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효성화학이 애초에 미매각을 예상하고 개인 수요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효성화학은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 등 주요 지표들이 지난 4월 대비 악화한데다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의 올해 1분기 EBITDA는 217억원으로 전년 236억원 대비 8.1% 감소했다. 이는 업황 악화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1년 효성화학의 연간 EBITDA와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른 EIBTDA 마진율은 3.5%에서 3.1%로 0.4%포인트(p) 하락했다. BBB급 석유·화학 기업의 적정 EBITDA 마진율이 7%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효성화학은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EBITDA 이자보상비율과 차입금 EBITDA 배율도 각각 1배, 31배를 기록했다. 이는 적정 기준인 2.5배 이상, 6.5배 이하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은 더욱 심각하다. 베트남을 비롯한 새로운 거점 확보 과정에서 무리한 시설투자를 감행한 것이 재무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NICE신용평가(이하 NICE신평) 평가방법론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재무 위험도는 BB로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실제 효성화학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3486%로 임계점을 돌파한 지 오래다. 차입금 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이 총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4%를 기록했다. 통상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50%를 넘어가면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사들은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추가 하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ICE신평은 지난 18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NICE신평과 마찬가지로 효성화학의 무보증 사채에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정기평가 과정에서 등급 전망 하향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고 부담을 줄인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재무 부담이 과중한데다 현금창출력마저 꺾인 상태라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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