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강제 조치에 반대”...북·러 대북제재 무시 노골화

김민서 기자 2024. 6.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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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의 23조항 가운데 약 10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큰 경제·안보 분야 협력 내용을 대거 담고 있다.

조약은 무역 경제·투자·과학기술·에너지·우주·원자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적시하고 있다. 무역 경제·투자 확대는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약 16조엔 “쌍방은 치외법권적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해 일방적 강제 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하며 그런 조치들의 실행을 비법적이고 유엔헌장과 국제법적 규범에 저촉되는 행위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일과 유엔이 잇따라 대러·대북 제재를 발표하며 압박하는 상황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5조에서 상대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고 한 것이나, “국제기구들의 테두리 내에서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도전으로 될 수 있는 세계와 지역의 발전 문제들에서 호상 협의하고 협조한다”는 7조에도 북·러를 둘러싼 제재·압박에 맞선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농업·관광 분야 교류(12조) 및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을 시사하는 ‘직접적인 연계 수립에 유리한 조건 마련’(11조) 내용은 북한의 대규모 노동자 파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노동자 파견은 외화가 절실한 북한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노동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양국 경협의 최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푸틴은 최근 언론에 북한 노동자 파견을 제재와 무관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고 북한을 정상 국가로 만들어줄 심산인 듯하다”고 했다.

14조에 담긴 ‘자유박탈형 선고자들에 대한 인도·이관 협조’ 내용은 러시아 거주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협조 체계가 강화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약엔 2000년 ‘친선·선린·우호 조약’에 포함됐던 한반도 평화통일 원칙이 빠졌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거부 선언을 한 김정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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