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여, 돌아오라!”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6. 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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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28일 국군수도병원의 한 병실.

전사자나 기타 사망자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5만명의 국군포로가 귀환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되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귀환 국군포로와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만든 타이포그래픽 영상, 6·25전쟁 당시 유엔군 포로들이 중공군에게 전달한 비망록, 영국군 포로가 남긴 수기, 중국군 포로증명서 등이 대중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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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28일 국군수도병원의 한 병실. 입원 중인 조창호 소위가 문병을 위해 그를 찾은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그때 조 소위는 64세, YS는 두 살 많은 66세였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적군에 붙잡혀 포로가 된 조 소위는 43년 만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환했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YS는 조 소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세계 역사상 유례 없는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조국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고 칭찬했다. 전역하거나 전사한 적이 없는 만큼 현역 장교 신분이었던 조 소위는 그해 11월 중위로 1계급 특진함과 동시에 군복을 벗었다.

6·25전쟁 도중 적군에 포로로 붙잡혔다가 43년 만인 1994년 북한을 탈출해 귀환한 조창호 소위(오른쪽)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자 김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화답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6·25전쟁 국군포로 문제는 조 중위의 귀환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전쟁 기간 국군을 상대로 작전지휘권을 행사한 유엔군사령부는 국군 실종자 수를 약 8만2000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판문점을 통해 우리 측에 인도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했다. 전사자나 기타 사망자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5만명의 국군포로가 귀환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되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탈출한 국군포로와 탈북자 등의 진술을 근거 삼아 2010년 12월 기준 국군포로 약 560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로부터 벌써 14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이젠 생존자가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올해 3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상의 왼쪽 가슴 위에 배지를 패용했다. 윤 대통령은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들이 아주 특별한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고 소개했다. 물망초 세 송이를 형상화한 배지는 납북자, 북한 내 억류자, 국군포로를 상징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처럼 이들의 송환을 기원하고 그 가족의 아픔을 항상 기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분들(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3월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복 상의 왼쪽에 세 송이 물망초 배지가 달려 있다. 이는 납북자, 북한 내 억류자, 국군포로를 상징한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국군포로 존(ZONE)’이 문을 열었다. 국군포로 관련 자료만 따로 모은 최초의 전시 공간으로, 210㎡(약 64평) 면적에 관련 유물 10여점을 선보인다. 귀환 국군포로와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만든 타이포그래픽 영상, 6·25전쟁 당시 유엔군 포로들이 중공군에게 전달한 비망록, 영국군 포로가 남긴 수기, 중국군 포로증명서 등이 대중과 만난다. 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국군포로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군포로의 귀환은 이제 한국을 넘어 한·미·일 3국, 더 나아가 유엔의 공동 관심사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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