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의료개혁 목표는 '의료 사업가' 양성?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 2024. 6.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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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정 간 강대강 대결 멈추고, 진짜 의료개혁에 머리를 맞대자"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결이 넉달째 이어지고 있다. 2000명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는 대학자율적 정원 축소를 수용하여 최종적으로 1509명의 증원을 확정지었다. 내년도 입시 정원에 의대증원이 반영됨에 따라 현실적으로 의대증원을 되돌리기란 어려워졌다.

환자를 볼모로 하는 의정 간 강경 대결을 멈춰야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증원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의대증원의 백지화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인턴, 레지던트가 사라진 대학병원을 지키고 있던 교수들 마저 집단행동에 나섰고, 동네의원들도 휴진에 동참하고 있다.

의정 간 강대강 대결로 환자와 시민들은 불편을 넘어 생명과 건강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자 진료에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집단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의사 집단을 제외하면 자기 전문직종의 수를 늘린다고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반대하는 집단을 본적이 없다. 솔직히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의사 집단의 강경대응은 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을 더 갉아먹을 뿐이다. 의사 집단이 목표로하는 의대증원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어느 한쪽이 한쪽을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구체적인 의료개혁 목표없이 의대증원은 의미없어

그런다고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이 잘한 정책이라고 보진 않는다. 의대증원은 필요하나, 어떤 분야에 얼마나 부족한지 따져보고, 그 부족분을 어떻게 양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의료계를 설득해야 했지만, 그런 것이 없이 갑자기 2천명 증원을 내옴에 따라 설득력없는 증원이 되버렸다. 최종적인 의사 수 증원 목표는 몇 명인지, 이를 위해 매년 몇 명을 증원할 것인지, 몇 년간 증원할 것인지, 대규모 증원에 따라 의대교육의 질 하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부 자료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의대증원의 필요성으로 제기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강화는, 구호만 난무하지 구체적인 정책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직 용산의 뜻에 따라 처음부터 강경대응으로 일관해왔고,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의료계의 불신과 집단행동에 불을 지핀 격이었다. 백년지대계여야 할 의료개혁이, 용산에 거주하는 최고 권력자의 고집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웃지못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피해를 지속시켜서는 안된다. 올해의 의대증원은 불가피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지만, 내년 이후 증원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의사 수와 증원방식을 합의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지금 정부는 의료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궁색해지자, 뒤늦게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불참하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한 상황이라 제대로된 개혁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무엇을 위해 의대증원이 필요한지, 즉 의료개혁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의 의료체계가 해결해야할 병폐이기도 하다. 수많은 의료개혁 과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짚는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연합뉴스

의료개혁이 다루어야할 핵심 쟁점들

첫째, 국민의료비 지출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최근 국민보건의료계정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난 2022년 경상의료비(9.7%)가 OECD 평균(9.3%)을 넘어섰다. 의료비 증가는 OECD 국가들중 최고 수준이다. 6년후인 2030년엔 의료비 규모가 GDP의 무려 16%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가 의료비 증가를 부추키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비 낭비를 크게 유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필요한 의료비 증가는 받아들이되,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는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둘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여전히 턱없이 낮다.

보장률은 여전히 60% 초반에 머물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더욱 증가시켜야 한다. 특히 건강보험이 당연히 보장해주어야할 간병서비스는 여전히 건강보험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다. 간병서비스는 건강보험이 당연히 보장해주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하되, 보장성이 최대화하되, 보장성으로 인한 과잉진료의 증가는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잉진료 가능성이 큰 경증질환, 소액질환, 외래진료보다는 중증질환, 고액질환, 입원진료 중심으로 보장성을 재편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맞춤형 보장성 방안이 바로 본인부담상한제 중심으로 보장을 하는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일정이상의 고액의 질환을 중심으로 보장하는 방법이다. 연간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와 같은 정책이야말로 가장 부합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이라할 수 있다.

셋째, 실손의료보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불필요한 국민의료비의 증가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보장정책의 성과를 반감시키는 근본에는 실손의료보험이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은 건강보험보험의 취약성을 보완하기보단, 비급여와 과잉진료를 남발시키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병폐가 되었다.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규제없는 의료개혁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넷째, 공공의료의 강화가 절실하다.

보건의료는 근본적으로 공익적이어야 한다. 의료는 공공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헌법정신에, 보건의료기본법에,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담겨있는 목적 그 자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의료체계의 공익성은 취약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공공성)도 취약하고 의료공급체계의 공공부문은 더더욱 취약하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적극적 투자 필요하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늘리고,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의료서비스의 환자중심성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의료공급체계는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이지 환자중심의 의료체계라 보기 어렵다. 모든 의료공급은 의료 공급자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설계되어있다. 환자는 의료공급자의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대상화되어 있다. 환자의 필요에 따라 의료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의료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과 외면받고 미용성형이 득세하는 이유도 그렇다.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의료체계는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의 건강권 향상을 목표로 재설계되고 재조직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지불제도 개혁을 가치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의료공급자의 의료서비스를 보상하는 방식은 잘못되었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공급자가 환자의 건강이라는 가치보다는 의료서비스 양만을 증가시키도록 유발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의 과잉진료로 인한 낭비적 의료비 증가도,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 팽창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스런 환자경험도, 공급자중심의 의료체계가 형성된 것도 모두 잘못된 게임의 룰 때문이다. 이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가치에 보상해야 한다. 양이 아닌 가치에 보상함으로써,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비급여 남발을 줄일 수 있으며,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도 달성할 수 있으며, 환자중심성이 강화된 의료체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의료개혁의 목표 하에 의대증원이 이뤄져야

이런 의료개혁의 목표하에서 의대증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의대증원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대증원은 우리의 의료체계의 비효율과 낭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비효율과 낭비를 그대로 둔 채, 그런 게임의 룰을 그대로 둔채, 의사만 늘리게 되면 의사들은 자신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과잉진료에 더더욱 매진할 수도 있다. 의사는 유일하게 수요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잘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려스러운 징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의대증원은 국가미래전략 산업인 첨단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위한 의과학자와 의료사업가 양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제9회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이 의미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의료개혁의 목표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의료의 시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사업가를 양성한다는 것은 환자 진료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지 않는가. 의대증원의 목표가 국민의 건강권 강화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수단으로 돈벌이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니….

윤 대통령의 인식은 필자가 의료개혁의 목표로 제시한 것과 정확히 반대이다. 어쩜 이런 황당한 상황이 있을까. 필자는 그간 의대증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주장해왔다. 그것은 의료를 산업화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의료의 공공성을 지금보다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

지금은 의대증원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를 중단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 양자간의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대화와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의료개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기대해 본다.

[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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