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 칼럼에 화가 난 이유

장슬기 기자 2024. 6. 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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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판결문 중 '범죄사실'을 검찰 주장이라고 왜곡보도…한국일보, SBS 인용하며 '이재명 애완견' 발언 비판
노종면 "기가 찰 소리, 범죄사실은 재판부의 판단"…민주당 "판결문 기본도 모르는 허위보도, 바로잡아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애완견'이란 표현의 부적절성을 걷어내고 이 대표가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수원지법에서 지난해 대북송금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진술이 이번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바뀌었는데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부연하면 쌍방울 측이 안부수를 금품으로 매수해 지난해 안부수 판결과 올해 이화영 판결 사이에 안부수가 증언을 바꿨다는 의혹이 있는데, 언론에서 대북송금사건에서 두 재판의 맥락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2일자 <쌍방울 임원 “윗선 지시로 안부수 딸에게 주택 제공”>에서 쌍방울 측이 안부수 딸의 거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일 이화영에게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내린 근거 중 하나는 김성태(쌍방울 회장), 방용철(쌍방울 부회장), 안부수의 증언이 일치했기 때문인데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원 판결의 근거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뉴스타파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2~3월 수원지검에서 피고인과 참고인, 즉 김성태와 쌍방울 임원진, 안부수 등이 '진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검찰 주도하에 말을 맞추는 연습을 한 것이다. 지난해 3월말 쌍방울이 안부수 딸에게 주택을 제공했고 지난해 4월 이후 안부수가 재판에서 “그때 몸이 안 좋아 블랙아웃(기억 상실)이 왔다” 등을 이유를 대며 기존 증언을 뒤집었다.

일부 언론에선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하고 있다. SBS는 지난 14일 <이화영 1심과 배치?…'쌍방울 대북송금' 안부수 판결문 보니>란 리포트에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안부수 판결문에 '쌍방울 그룹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 달러는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 사업의 대가'라고 나와있다고 말했다. (중략) 그러나 안부수 판결문에 '주가'에 관한 대목은 재판부 판단 부분이 아닌 검찰 주장이 담긴 범죄사실에만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SBS의 오보다. 판결문에 나오는 '범죄사실'의 '기초사실'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검찰이 해당 내용을 주장했다면 이를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SBS는 보도 이후 20일 오후 7시경 기사 하단에 “안 회장 판결문에 '주가'에 관한 대목”은 “재판부 판단 부분이 아닌 검찰 주장이 담긴 범죄 사실”이 아니라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 사실'의 '기초 사실'”에 등장한다고 바로잡았다.

▲ 지난 14일 SBS 뉴스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수원지법 안부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범죄사실' 중 '기초사실'에서 “피고인(안부수)은 평소 북한과의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김성태(쌍방울 회장), 방용철(쌍방울 부회장)과 함게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고, (중략) 안부수, 김성태, 방용철 등은 향후 북한으로부터 AB 개발사업 등 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략) 조선노동당에 대한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하였다”고 했다.

SBS와 비슷한 취지의 보도가 있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17일 정치면(5면) <“언론은 檢 애완견” 근거라는 안부수 판결, 이재명 주장과 달랐다>는 기사에서 “안 회장(안부수) 재판부는 그가 북측에 돈을 건넨 이유를 '쌍방울 주가부양 때문'이라고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검찰은 '안 회장이 북한과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를 받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 주가 상승을 노리던 김 전 회장(김성태) 등과 함께 대북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해당하는 '주가 상승' 부분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설에서도 “안 회장(안부수) 판결문의 '주가' 부분은 재판부 판단이 아닌, 검찰 주장이 담긴 범죄사실에 등장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칼럼 <이 대표, 얻다 대고 '애완견' 인가>에서 “SBS 등의 확인에 따르면 안 회장 판결의 주가 관련 대목은 재판부 판단 부분이 아니라 검찰 주장인 범죄사실에만 등장한다”며 “이 대표는 검찰의 범죄사실 적시를 짐짓 재판부의 판시라고 둔갑시켜 주장하고, 나아가 재판부가 대북 송금의 경기도 관련성을 인정한 대목은 쏙 뺀 채 사실을 교묘히 호도한 셈”이라고 했다.

▲ 한국일보 지난 18일자 칼럼

관련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사법연수원 형사판결서 작성 실무'에 따르면 유죄판결에 명시해야 할 범죄될 사실이란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이라며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이 분명한데도 법원이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해당 기사를 반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동일사건(대북송금)을 다룬 수원지법의 두 판결(안부수, 이화영)이 상충하는데 (안부수는 주가조작, 이화영은 이재명 방북대납) 언론은 이런 점을 왜 지적하지 않느냐'는 이 대표 질문에 몇몇 언론(SBS, 한국일보)은 기사와 칼럼으로 '당신이 틀렸다'고 답했다”며 “결론은 기가 찰 소리”라고 한 뒤 “(기사를) 박제해뒀으니 스스로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이하 대책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SBS와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판결문의 기본도 모르는 주장으로 오히려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이어서 모르고 보도했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마치 '검찰 주장에 불과한 범죄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한 듯 말했다'고 비난하는 보도는 명백히 가짜뉴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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