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왔는데 절반 공사중…"아직도 폐허" 산사태 공포 (풀영상)
<앵커>
앞서 전해 드린 대로, 올해도 장마가 또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되풀이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뭘 더 신경 써야 할지 오늘(20일)부터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그 첫 순서로, 먼저 산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파른 산 비탈길 위로 포크레인이 서 있고, 인부들은 무거운 돌을 차례로 옮깁니다.
해발 400m 높이의 산 중턱인 이곳은 산사태 예방 사업이 한창입니다.
양옆 '돌막이'를 통해 토사를 막고, 방수로를 통해 쏟아지는 물의 속도를 늦추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방댐을 짓는 작업은 지난해 피해가 컸던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더딘 속도입니다.
산사태로 집들이 떠내려갈 만큼 피해가 컸던 예천 벌방리 마을.
9개의 사방댐을 짓기로 했지만, 이제 겨우 1개 만들었습니다.
[신현무/벌방리 주민 : 저 위에 산사태 저 댐만 (공사)하지. 아직은 (주변에) 지금 뭐 '곧 시작한다' 소리만 하고 뭐 손도 안 대고 있는데.]
산 주인의 동의를 얻기 힘든 데다 일할 사람조차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공사 관계자 : 지금 사업에 투입되는 분들이 거의 다 65세 이상의 노령층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젊은 분들이 좀 없고 해 가지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좀 큽니다.]
국내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2만 9천 곳 중에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약 1만 4천500곳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위험 지역이 훨씬 더 많다는 겁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산사태가 날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100만 개 정도가 있다고 추정이 돼요. 그러니까 지금 뭐냐면 실태 파악이 안 돼 있어요. (취약지역이) 안 맞는 게 당연하죠. 어떻게 보면.]
정부는 산사태 취약 지역을 10만 개까지 늘리고, 댐 건설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장마가 벌써 시작된 만큼 위험 지역에 대한 효율적인 방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사방댐만 해결이 아니에요. 2m 높이의 철근 보호벽만 만들면, 치고 옆으로 빠져나가라는 이야기예요. 그거 몇백만 원도 안 되거든요. 산사태는 내려와, 그 대신에 자연적으로 빠져나가게 하라는 이야기예요.]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최재영·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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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사방댐 공사가 더디다 보니까, 폭우 피해를 겪었던 마을의 복구 작업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장마는 또 시작됐고 언제 또 많은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데 아직 몸을 피할 보금자리가 없거나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계속해서 신용식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예천 벌방리 마을은 지난해 산사태로 집 23채가 파손됐습니다.
쓰러지기 직전의 피해 당시 모습 그대로 1년 가까이 방치한 집들을 아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의 한 집입니다.
고령의 노인이 아직 살고 있는 이곳 바로 옆에는 1년 전 폐허가 된 집이 방치된 채 위태롭게 놓여 있습니다.
평생 살아온 터전을 잃고 임시 주택에 거주하는 70살 윤재순 씨는 우울증을 얻었습니다.
[윤재순/벌방리 이재민 : (임시주택에서) 2년 안에 집을 지어 나가야 돼. 난 빚내서 못 지어요. 내가 (빚을) 지면 어떻게 갚아요? 애들한테 손 벌리면 안 돼. 안 그래요?]
예천에서 1시간 떨어진 영주의 삼가리 마을은 그나마 낫습니다.
지난해 2명이 숨진 뒤 사방댐도 지었고, 마을 복구도 어느 정도는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마을 이장은 늘 걱정이 앞섭니다.
주민 175명 중 65세 이하는 고작 9명일 정도로 고령이 다수인 산지 마을이라 사고가 재발하면 대피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을 회관에 대피소도 만들고, 방송 장비를 설치해 자체 대피 연습도 해보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더위가 심하오니 노약자 여러분께서는 외출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대피 훈련은 단 한 번에 그쳤습니다.
[송요명/삼가리 마을이장 : 반복적으로 저희들이 모여서 연락하고 소통을 하고 그렇게 하면 예방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지가 많은 국내 특성상 불시에 발생하는 산사태에 대비한 반복적인 대피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산사태가 벌어지는 건) 하루 저녁이거든요. 하루 저녁에 마을 회관이라든지 안전한 지역으로 모셔서 하루 저녁 같이 지낼 수 있는 그런 (훈련) 프로그램도 마련하면서 (대비해야 합니다.)]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도 반복되면 명백한 인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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