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서울 속 조선을 걷다
전통과 현대 공존하는
조선 중심지 서울 탐방하기
고궁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다. 서울의 원도심原都心인 사대문 안에는 옛 궁궐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인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등 우리나라 고궁의 상징인 곳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한양도성길 걷기가 인기다. 한양도성은 조선의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성으로, 조선왕조의 궁궐, 관청, 종묘·사직과 도읍의 상징이었다. 많은 이들이 도성길을 걸으며 조선 시대 성벽 축조 기술의 변천 과정과 역사적 자취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은 매우 현대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지만, 사람들이 정작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꼽는 이유는 전통이 함께 공존해서다. 1394년 조선의 수도가 된 이래 서울은 근·현대의 격동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수도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조선의 수도로 출발한 만큼 관련 역사와 문화 공간들이 다양하게 남아 있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그 어느 도시보다 특별하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의 「서울의 자서전」은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의 역사와 문화 공간들을 소개하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해 조선 시대 학자들의 개인 문집 등 검증된 사료를 바탕에 뒀다"며, 내용 전개에 있어 역사적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밝힌다.
제목을 '서울의 자서전'이라고 한 이유는 "서울이 조선의 수도가 된 이후 지금까지 역사의 현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력을 계속 써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 속의 장소들을 직접 탐방하며 얻은 감상과 서울이 쌓아온 이력들을 역사와 함께 풀어 전달한다.
이 책은 51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조선 시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상당 분량을 궁궐과 왕릉의 역사로 채웠다. 경복궁과 근정전 이름에 담긴 뜻, 단종이 옥새를 내줬던 경회루, 대비들을 위해 세운 창경궁, 전쟁과 정치적 다툼 속에 자리했던 정릉동 행궁 등 조선 시대 궁궐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인조 시대 이괄의 난의 승부처였던 안산鞍山, 물속에 잠겼다 다시 떠오른 삼전도비 등 전쟁·내란과 관련된 공간들과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 용산과 노량진에 놓은 조선 시대 배다리 등 한강에 얽힌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이외에 용산에 독서당을 세운 성종, 단경왕후가 왕을 그리워하며 머문 인왕산 치마바위, 이항복과 꽃구경의 명소 필운대, 조광조를 배향한 도봉서원, 부암동의 석파정과 염리동의 아소정 등 곳곳에 숨은 사연들도 불러낸다.
이 책은 조선 건국 이후 한양 천도 시점부터 식민 침탈을 겪기까지 서울의 역사를 한 사람의 생애를 그려내듯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 속의 장소들을 탐방하면서 역사의 향기를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에 부제를 '조선의 눈으로 걷다'로 붙였다"고 언급한다. 무너지고 헐리고 재건하는 세월 속에서 살아남은 장소들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