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전 3천안타 가능한 손아섭, 슬럼프마다 성장한 '악바리'
"훗날 박용택 선배처럼 최다안타 도전"…36세에 대위업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20일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작성한 손아섭(36·NC 다이노스)에게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바로 기록을 달성한 '속도'다.
1988년 3월생인 손아섭은 36세의 나이에 최다 안타 타이틀(2천505개)을 획득했다.
종전 1위 박용택 해설위원은 2천319번째 안타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섰을 당시 불혹에 가까운 39세였다.
박용택 이전 1위였던 양준혁 해설위원도 36세에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 되긴 했었지만, 당시 기록은 1천772안타로 지금과는 차이가 있었다.
손아섭은 27세였던 2015년 10월 2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에서 1천안타, 30세였던 2018년 7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천500안타, 33세였던 2021년 7월 10일 삼성전에서 2천안타를 때렸다.
3년마다 꼬박꼬박 500안타씩 때린 것이다.
이대로면 마흔이 되기 전에 전인미답의 3천안타 고지를 밟을 수 있다.
단순히 KBO리그 한 시즌당 경기 수가 과거보다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 수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손아섭의 속도는 놀랍기만 하다.
손아섭은 851경기 만에 1천안타를 쌓아 이 부문 공동 7위에 올랐고 1천500번째 안타는 역대 2번째로 빠른 1천226번째 경기에서 나왔다.
2천안타에 있어서는 최소 경기·최연소 달성 기록(1천631경기·33세3개월22일)을 보유 중이다.
이런 손아섭이라고 슬럼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악바리 정신으로 꿋꿋이 견뎌내며 힘든 시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손아섭은 데뷔 초반만 하더라도 롯데 자이언츠 내 외야수 경쟁에서 밀려 2군에 머물렀다.
3년 차인 2009년에는 성급한 마음만 앞서 1군 34경기 타율 0.186에 그쳤다.
하지만 첫 풀타임 선발 기회를 잡은 2010년, 손아섭은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며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손목 부상으로 신음했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응찰 구단이 나타나지 않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부친상도 겹쳤었다.
하지만 손아섭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시기로 삼았다.
손아섭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이제 보내버리기로 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2015년을 보내고 난 뒤부터 달라졌다"고 돌아본다.
2019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 주장을 맡으면서 부담감 문제에 부딪혔다.
롯데가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치면서 감독과 단장이 사실상 동반 경질됐고, 손아섭은 시즌 타율 0.295로 10년 만에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그다음 해 곧바로 반등했다. 한 시즌 190안타를 때리며 타율 0.352를 찍었다.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첫해인 2022년에는 타율 0.277로 추락하며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을 나타내는 곡선) 우려를 받았다.
그는 수긍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강정호(은퇴)와 함께 훈련하며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
그리고 주장 완장까지 찬 2023시즌, 타율 0.339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른 가운데 팀을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까지 이끌었다.
손아섭은 '별나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손광민'에서 개명을 한 것도 야구 선수로 대성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서였다.
한때 그의 헬멧 챙 밑에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양궁 과녁 그림이 붙어있었고, 모자 챙 아래에는 '힘 빼기', '밀어치기', '하나만 생각'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이 빽빽하게 쓰여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고질적인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경기 중 구토하는 장면이 방송에 잡혔다.
손아섭은 박용택이 신기록을 세우기 하루 전인 2018년 6월 22일 "천천히,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단계를 밟아 나가면 훗날 박용택 선배처럼 최다안타에 도전하는 때가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러 '그때'가 왔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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