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대참패’ 부산 엑스포 홍보비, 국내 언론만 배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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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참패로 끝났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지난해에만 3,200억 원에 이르지만,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부산시의 엑스포 홍보·유치 예산 330억 원을 분석해 보니, 황당하게도 해외보다는 국내 언론에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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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참패로 끝났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지난해에만 3,200억 원에 이르지만,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우선, 개최 후보 도시 당사자인 부산시가 홍보·유치비 명목으로 330억 원을 쓰고 남긴 1,261건의 예산 지출 기록을 모두 확보해 검증에 나섰습니다.
해외보단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썼다
엑스포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국제박람회기구 179개 회원국의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179개 회원국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홍보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홍보 예산도 여기에 집중적으로 써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부산시의 엑스포 홍보·유치 예산 330억 원을 분석해 보니, 황당하게도 해외보다는 국내 언론에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투표에서 한국이 얻은 표는 29표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얻은 119표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는데, 홍보비를 엉뚱한 데 쓴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부산시와 언론사 간 ‘기사, 칼럼 거래’ 증거 확보
엑스포 유치 홍보비를 국내 언론에 쏟아부은 것도 황당한데, 부산시와 몇몇 언론 사이에서 믿기 어려운 ‘기사 거래’ 의혹이 뉴스타파 취재로 포착됐습니다. 부산시가 돈을 주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신문에 엑스포 유치를 지지하는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음을 보여주는 부산시 내부 공문을 확보했습니다.
투표에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국내 독자들을 상대로 기사와 칼럼을 내보내는 게 엑스포 유치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지만, 돈을 받고 기사와 칼럼을 실어준 것으로 의심받는 언론사들의 언론 윤리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산시 엑스포 ‘재도전 검토 중’...그러나 해외 홍보 예산 내역은 비공개
뉴스타파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쓰인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검증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사용의 적정성 검토는 물론, 엑스포 유치 전략 전반에 대한 ‘반성적 복기’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의 하나였던 해외 홍보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외교 활동 관련 상대국의 비공개 관례 등 국제적 신뢰 관계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 관계’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사실상 예산 검증을 거부한 것입니다.
유치 가능성 호도한 국내 언론, 유치 활동 제대로 감시했다면...
지난해 대다수 국내 언론은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날까지도 엑스포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오보’를 쏟아냈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언론들이 돈을 받고 기사와 칼럼을 쓰는 데 골몰하는 대신, 부산시와 정부의 엑스포 유치 활동을 제대로 감시했다면 그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한국 언론들은 정치권에서 나온 ‘애완견’이라는 표현에 격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 엑스포 유치쇼’를 둘러싼 일부 언론의 행태는, 자신이 지켜야 할 시민의 알권리에는 등을 돌린 채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의 뜻대로 꼬리를 흔드는 애완견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뉴스타파는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알권리를 지키는 ‘감시견’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부산시 엑스포 예산 검증 보도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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