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베트남 지도부 만나 "서로의 적대국과는 동맹·조약 불가"(종합2보)
럼 주석 "국방·안보협력 강화"…푸틴 "장기간 베트남에 LNG 직접 공급 준비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20일(현지시간) 회담을 하고 서로의 적대국과는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합의했다.
럼 주석은 이날 정오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들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방·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안정에 대한) 새롭고 전통적인 도전들에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중심 지침과 원칙에도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럼 주석과 여러 지역적 사안과 국제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에 대한 러시아와 베트남의 입장은 대체로 일치하거나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또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군사·정치 블록"의 여지를 주지 않도록 무력을 쓰지 않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신뢰 가능한 안보 구조 발전에"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의 대화 발전에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아세안을 주도하는 회원국 중 하나"라면서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우선순위였다"고 밝혔다.
그는 럼 주석을 내년 5월 9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 행사에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서방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세계 모든 주요국과 우호 관계를 추구하는 베트남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중립을 표방하면서 서방의 러시아 비판·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왔다.
푸틴 대통령과 럼 주석의 이번 합의에 따라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러시아 포위망에 앞으로도 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소수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재확인하기 위해 이번 순방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의 지지를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을 트는 성과를 얻게 됐다.
그는 전날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게재한 칼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베트남이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실용적인 길"을 추구한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경제 분야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베트남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장기간 직접 공급하고 러시아 기업들이 베트남의 천연가스 사업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녹색 (에너지) 전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신에너지·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늘릴 가능성을 탐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무역에서 러시아 루블화와 베트남 동화를 통한 결제 비율이 지난 1분기 60%에 달했다면서 양국이 루블화와 동화 결제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 러시아 극동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 경제 중심지 호찌민을 잇는 해상 수송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협력도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회담 이후 양국 대표단은 석유·가스 탐사, 교육, 과학, 기술, 의료 등 분야의 11개 합의서와 업무협약(MOU)에 서명했다. 또 베트남 내 원자력 과학기술센터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스톰의 알렉세이 리카체프 최고경영자(CEO)는 양국이 베트남에 핵의학·기술 센터 설립을 위한 첫 단계를 시작했고 실제 설립 작업이 올해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차량 편으로 주석궁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베트남 국기를 흔드는 어린 학생들에 둘러싸여 21발의 예포 발사, 베트남군 의장대 사열식 등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럼 주석과의 회담 이후 베트남 국가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팜 민 찐 총리와 회담했다.
이어 베트남의 국부인 호찌민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럼 주석·쩐 타인 만 국회의장과 회담해 베트남 권력 서열 1∼4위를 모두 만났다. 이후 국빈 만찬으로 '당일치기'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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