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성 작가 첫 로맨스 소설 ‘브릴리언트 블루’[신간]

강석봉 기자 2024. 6. 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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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브릴리언트 블루’가 출간되었다.

뉴욕과 파리, 런던,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낯선 이들을 인터뷰한 인터뷰 사진집이자 여행 에세이인 ‘We All Sustain Ourselves in Different Ways : 우리를 살게 하는 저마다의 방법(2020)’ 이후로 출간하는 두번째 책이다. 신작 ‘브릴리언트 블루’ 역시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밖의 보라카이, 엑상프로방스 등 이국적인 배경에서 전개되는 사랑의 공식이 이색적이다.

‘브릴리언트 블루’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현재의 일상을 살아내며 마침내 진솔한 속마음을 마주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는 로맨스 소설이다. 몇 년 전, 여자 주인공 수키는 보라카이에서 만난 친구들의 초대로 남프랑스를 찾았고 그 숨 막힐 듯한 낭만으로 가득 찬 엑상프로방스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중심부에 노란색이 섞인, 푸르스름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리버. 운명처럼 만난 그와의 사랑은 특별했고 언제까지나 영원할 줄 알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도시 뉴욕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조금씩 차갑게 식어갔고, 여행지에서 시작된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공식처럼 뜨거웠던 사랑만큼이나 커다란 흉터를 가슴에 남긴 채 결국 완전한 이별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렇게 가슴 한구석에 그를 꼭꼭 묻어 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던 어느 날, 프랑스 친구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수키는 리버에 관한 모든 기억을 애써 외면해 왔기에 망설인다. 하지만 결국 다시 그곳으로, 리버를 처음 만났던 엑상프로방스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폭신한 이불, 시계태엽 소리, 커다란 화장대와 물기를 머금은 듯한 벽지. 이 방 안 모든 게 그 자리 그대로이지만, 결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나 눈빛 같은 것. 순간의 열정이나, 다칠 줄 알면서도 진심에 닿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 같은 것.

본문 중에서


브릴리언트 블루는 이별 후에 남겨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솔직하다. 바로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담담하게 털어놓음으로써 화자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번역 출간한 도서출판 잔은 서평을 통해 “특유의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는 남프랑스, 뉴욕, 보라카이의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을 넘어 화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들과 함께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고, 내리쬐는 햇볕을 느끼며 거리를 거닐고,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듣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축축하게 젖은 도시의 냄새를 맡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어쩌면 이 책은 끝나지 않는 길고 긴 터널 같은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을 갈망하는 감정을 마다하지 않고 빼곡히 적어 놓은 일기장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번쯤은 경험했거나 경험하게 될 사랑과 이별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고,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던 온전한 감정을 조금씩 똑바로 마주해 나가는 우리 자신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마음속 깊이 자리한 기억을 여행하며 각자가 간직하고 있었던 진실한 사랑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꼭꼭 숨겨 놓았 던 그리움이 한 번에 터져 나와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까지도.” 라고 전하며 이 소설이 가진 특별함에 대해 설명했다.

모나의 라비올리.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완전히 감싸안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의 레몬색 반죽. 오븐에서 갓 나온 송어 구이와 노릇하게 익은 통마늘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송어 구이와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넣은 라비올리. 내가 그를 처음 만난 날의 저녁 메뉴였다. 부엌에서 정원의 나무 테이블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치는 박수와 환호성. 포도주에 달아오른 우리들과,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흥분. 축복이 흐르는 길,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매미의 울음소리.

주황빛 식전주에 이어 햄으로 입맛을 돋운 우리는 뉘엿해진 해에 모두의 머리칼이 기분 좋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할 즈음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함께 만든 음식 앞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포도주를 마셨다. 6월 말의 햇볕이 기분 좋게 덥혀 둔 공기. 필립이 피워 준 모기향에 통나무 주변으로 뿌연 안개가 피어올랐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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