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지체 없이 군사지원”…대통령실 “우크라 무기 지원 재검토”

유새슬 기자 2024. 6. 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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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공개
상호 군사지원·국제사회 공동 대응 조항
대통령실 “심각한 안보 위협…적절한 대응 조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열어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 군사 지원 약속을 비판하며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러관계가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고 이는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정부는 또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북·러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공동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한반도가 냉전적 진영 대결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만 “무기 지원은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살상 무기와 비살상 무기 중 어떤 것을 지원할지는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특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 매체들은 북·러 정상이 지난 19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이날 공개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14면으로 평소의 두 배 가까이 분량을 늘려 정상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조약은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유엔헌장 51조(자위권)와 북·러 국내법을 준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19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문구와 거의 동일하다.

이는 사실상 군사 동맹 관계를 28년 만에 부활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북한이 공공연하게 개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약은 1961년 조약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동맹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약 16조는 “치외법권적인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하여 일방적인 강제 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한다”고 했다. 북·러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함께 맞서겠다는 의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연회 연설에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패권과 신식민주의적 실천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반발하며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저녁 연회 연설에서 “로씨야와 같은 강력한 국가를 전략적 동반자로, 동맹국으로 두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더없는 긍지이고 영광”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로씨야와 조선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격언이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러의 친선·우호 관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소련군이 6·25 전쟁에 참전한 사실을 언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소련 공군 조종사들이 6·25 전쟁에 투입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소련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6·25 전쟁에 참전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라고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는 이날 북·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이뤄질 경우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러가) 상호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규탄한다”며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북·러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북한과 러시아, 제3국의 선박 총 4척과 기관 5곳, 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관련해서 243개 신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해 총 1402개 품목이 제재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 조약에 대해 북한이 고무되서 경거망동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측면”이라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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