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동맹+α’ 북-러 조약…한반도 통일은 지워졌다

박민희 기자 2024. 6.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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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전격 공개한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전문과 2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러 관계의 군사적 동맹 성격 규정 말고도, 국제질서와 과학기술, 식량, 에너지, 정보통신, 문화 교류까지 광범위한 합의를 담고 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에 북한이 참여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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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동맹’ 집중했던 과거 양국 조약 넘어
식량·에너지·우주·과학기술·문화 망라 ‘광범위’
‘국제 제재 대상’ 양국 제재 무력화 의지 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19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AP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전격 공개한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은 전문과 2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러 관계의 군사적 동맹 성격 규정 말고도, 국제질서와 과학기술, 식량, 에너지, 정보통신, 문화 교류까지 광범위한 합의를 담고 있다. 북한과 소련이 맺었던 ‘북-소 동맹 조약’이 군사적 동맹에 집중했던 데 견줘, 훨씬 포괄적인 ‘동맹 플러스알파’ 조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질서

조약은 전문에서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세계질서를 강요하는 책동”에 반대하고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 수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고 “국제무대들에서 공동 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2조)고도 밝혔다.미국의 ‘일극 세계질서’에 맞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목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반미·반서방의 새 국제질서 확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또 제7조는 “쌍방은 호상성(상호성)에 기초하여 매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에 북한이 참여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재 무력화

조약엔 북한과 러시아가 받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등을 무력화하려는 조항이 많다. 16조는 “치외법권적인 성격을 띠는 조치를 비롯하여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하고, 5조에서는 상대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고 했다.

특히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들을 포함하여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키며 공동연구를 적극 장려한다”(10조)는 내용이 있다. 2016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기술 습득에 기여할 것을 우려해 북한과 과학·기술 협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취해진 대북 제재의 축을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포탄 등 무기지원이 제재 위반이 아니라, 양국의 조약에 따른 것이라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경제협력 확대, 사라진 한반도 통일

조약은 양국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상세하게 담았다. “호상 무역량을 늘리기 위하여 노력하며 세관, 재정금융 등 분야들에서의 경제 협조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고 호상 투자를 장려하고 보호한다”(10조)를 비롯해,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12조) 등을 언급했다. “식량 및 에네르기(에너지) 안전,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9조)는 조항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간 및 변강(접경) 협조 발전”(11조)도 있는데,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러가 ‘두만강 국경 자동차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조약에선, 과거 조약에 공통으로 등장했던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조항이 사라졌다. 통일을 지우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도 이를 용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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