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응' 인종차별 문제 일으킨 벤탄쿠르…SON이 직접 나섰다 "우린 여전히 형제"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손흥민(토트넘)이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얘기했다. 그는 실수를 했고, 잘못을 인지해 내게 사과했다"면서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미 과거의 일이며, 계속 단결하고 있다.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우는 걸 프리시즌부터 다시 함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 15일 터졌다. 당시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앞두고 고향에서 쉬고 있는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벤탄쿠르의 발언은 그동안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여러 차례 겪은 손흥민의 아픔을 고려하지 못한 나쁜 행동이었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은 최근에도 크리스탈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었다"라며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눈찢기)를 펼친 44세 남성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벌금형(1,384파운드),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대처가 아쉬웠다는 평가가 받았다. 벤탄쿠르는 진지한 사과 대신 농담이었다는 말투로 사과했다. 이 사과문은 24시간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왔다. 이후 24시간이 지나자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팬들이 벤탄쿠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다.
논란은 계속 커졌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정말 어리석은 발언이었고 축구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손흥민이 팀 동료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비판했다.
토트넘을 담당하는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벤탄쿠르의 발언은 당연히 멍청했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비하 의도를 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인종차별적 발언의 형태를 띄고 있는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의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우루과이 사람들의 문화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끔찍하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골드 기자는 "이런 이슈를 쫓으면서 불필요한 관심을 쏠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접근도 어리석다. 아마 손흥민이 다른 인종이나 국적이었으면 더 크게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권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 제보들은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차별적 행동을 인정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이슈를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런 주제에 대해 계속 다루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논란이 거세지자 손흥민이 나섰다.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았다면서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리더로서 동료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겠다는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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